정부가 외국계 영리병원으로 처음 설립·승인한 제주도 녹지국제병원(조감도)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원이다. 주로 중국인 의료 관광객을 상대로 성형수술이나 미용 관련 시술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고소득층이 찾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국내 의료체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국내 첫 외국계 영리병원=의료법에 따르면 국내 병원은 의사나 국가·지방자치단체·의료법인·사회복지법인 등 비영리법인만 세울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기업 계열도 형식적으로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아산사회복지재단 등 비영리법인이 지분을 갖고 있다.
제주도에 2017년 들어설 녹지국제병원은 국내에 존재하는 기존 병원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이다. 기업처럼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줄 수 있다. 진찰, 시술, 수술 등 의료서비스 가격도 병원이 맘대로 정할 수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소득층이 고객일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비싼 비용을 부담하고 이곳을 찾는 내국인은 극소수일 것으로 보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운영될 예정이다. 처음부터 성형과 미용 수요를 겨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7개 병상은 전부 호텔급 1인실로 꾸며질 것으로 알려졌다. 2만8163㎡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타운 사업단지에 지어진다.
의료 인력은 의사 9명, 간호사 28명, 간호조무사 16명, 사무직 직원 76명 등 134명으로 구성된다. 의료진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국내 유명 성형외과 의사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실력이 좋다고 소문난 의사가 고액의 몸값을 받고 스카우트되는 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 의료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도입을 모색해 왔다. 2012년 10월부터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 8곳에 이런 병원 설립을 허용했다. 이번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으로 인천 송도 등 다른 경제자유구역에도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료체계 흔들리나=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외국계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중심의 국내 의료체계를 흔드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리병원의 시술 행태와 가격이 알려지면 의료비 적정 기준에 혼란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국내 병원의 의료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의료비는 한 곳에서 높게 책정되면 다른 곳으로 확산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민간의료보험도 실손형 중심에서 경쟁형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복지부는 “의료인 수와 병상 규모가 작고 지리적으로 제한된 제주도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외국계 첫 영리병원 제주 ‘녹지국제병원’ 승인 파장] 건보 적용 안돼… 中 의료 관광객 타깃
입력 2015-12-18 19:27 수정 2015-12-18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