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北 화생방전 대응능력 ‘낙제점’

입력 2015-12-18 20:59

주한미군이 2009년부터 국내로 탄저균을 반입해 실험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군의 화생방 대응능력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군의 대응태세는 상당히 미흡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생화학전 역량을 지닌 데 비해 우리 군은 백신과 치료제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8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내년부터 방독면을 신형인 ‘K5방독면’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신형 방독면은 생화학 작용제 및 방사능 입자, 독성 화학물질로부터 안면부와 호흡기를 보호하는 기능이 개선됐다. 2017년부터는 신형 화생방 정찰차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정찰차는 화학·생물학 작용제를 탐지하고 식별할 뿐 아니라 방사능의 양 측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군의 대응 역량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18일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북한생물무기 탐지수단은 생물독소감시체계와 화생방 정찰차, 휴대용 무기진단 키트뿐”이라고 말했다. 생물독소감시체계는 위험물질을 감지하고 성분 분석을 하는 데 2∼3일이 걸린다. 확산 속도가 빠른 생·화학무기의 위험성을 감안하면 대응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화생방 정찰차는 북한이 보유한 탄저·페스트·콜레라 등 13종 생물무기 가운데 7종류만 탐지·분석이 가능하다. 휴대용 무기진단 키트 역시 5종류만 감지가 가능하다.

화생방무기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턱없이 모자란다. 군은 생물학전에 대비해 백신 3종류, 항생제 2종류를 보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두창 백신만 비축됐을 뿐 탄저균 백신은 여전히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탄저균 치료 항생제는 독일 바이엘사가 개발한 시프로플록사신과 독시사이클린을 갖고 있다. 페스트와 콜레라, 브루셀라 치료제도 상당히 모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군은 2011년부터 매년 ‘한·미 생물방어연습(Able Response)’을 실시하고 있다. 유사시 정보공유와 의료협력 등을 위한 것이다. 2012년에는 한·미 생물방어태스크포스도 구성했고, 2013년엔 미 국방부 화생방어사업단 및 미군의학연구소와 협약을 맺고 올해까지 ‘공동 생물무기 감시포털’을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업 진척 속도가 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