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계속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1조3000억원 가까이 증시와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뺐다.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2조7903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4조원 가까이 팔았던 8월보다는 약하지만 지난달과 비교하면 이미 배 이상 순매도 규모가 늘었다. 채권 시장에서도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2500억원 이상 투자를 줄였다.
◇한국 지켜만 보는 외국 자금=외국인 자금은 그러나 급격히 빠져나가기보다는 잠시 시장 밖에서 대기하며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은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오히려 불안 해소로 다시 들어올 시기를 기다리는 듯하다”며 “아직은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도 예상보다 안정적이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당장 중동계 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석유 자금을 바탕으로 한 중동의 국부펀드와 중앙은행의 자금이 해외 투자를 줄이고 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구성한 대책팀을 중심으로 외국계 국부펀드와 수시로 접촉한다는 계획이다.
대책팀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국제신용평가사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상황을 적극 설명하는 임무를 맡았다. 정부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원자재 수출국의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변하더라도 한국은 외환관리나 재정건전성에서 차별화돼 있다는 점을 적극 설명할 방침”이라며 “필요하면 콘퍼런스콜 등 다양한 수단을 수시로 활용하고, 국내 채권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국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와도 공식·비공식 협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시장 재정비=외환위기 이후 지속돼온 과도한 해외 차입억제 대책을 개편, 국제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정비할 외환건전성 제도개편 태스크포스를 18일 발족했다.
태스크포스는 외환건전성 부담금 제도, 선물환포지션 제도, 외국인채권투자 과세비율 등 이른바 ‘외환건전성 3종세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제금융시장 여건이 변화하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 자금의 규모나 성격이 바뀔 수 있고, 그동안 국내 은행이나 채권 시장의 외환 위험관리 능력이 많이 신장됐기 때문에 외환시장 관리 정책을 재정비할 시점이 되었다”며 “일단 시장 상황을 점검해 봐야겠지만 규제 제도를 합리화하는 개편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시장의 금리 오름세나 주식시장의 약세는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3월 이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과거에도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단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이 늘어나며 경제 상황이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더 컸다. 키움증권 마주옥 이코노미스트는 “1990년 이후 미국의 3차례 금리인상기에 펀더멘털이 약한 신흥국이 크게 흔들렸지만, 한국 중국 대만 등은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고 낙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美 금리인상… 한국경제 어디로] 外資, 짐 쌀까 풀까 관망… “한국은 안전” 보여줘야
입력 2015-12-18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