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제 유가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유가 추락은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의 재정 여력을 더욱 고갈시켜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은 금융완화 조치를 강화하기로 해 미국과 통화정책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7일(현지시간)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57센트(1.6%) 하락한 배럴당 34.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9년 2월 18일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내년 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과 같은 배럴당 37.19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2004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가다.
금값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27.20달러(2.5%) 하락한 1049.60달러에 마감돼 2009년 10월 이후 6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국제 원유가격은 달러화로 결제된다. 이에 따라 유가와 달러화 가치는 일반적으로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 국제금융시장의 투자 자금도 위험을 헤지(분산)하기 위해 원유값 하락 위험이 커지면 달러화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행은 18일까지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간 80조엔(약 771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는 현재의 대규모 금융완화책을 유지키로 하는 동시에 이를 “보완하는 조치”를 다수의 찬성으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일본은행은 장기국채 매입을 늘려 현재 평균 7∼10년인 국채 만기까지의 잔여기간을 내년부터 평균 7∼12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설비 투자와 주택 투자를 촉진하려는 조치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해석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을 우려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하루 만인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 4개국이 기준금리를 연준의 인상 폭과 같은 0.25% 포인트씩 올렸다. 이는 미국 달러화 페그(달러 연동 고정환율제)인 사우디 등 걸프 지역 산유국 5개국이 달러와 자국 환율이 그대로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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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8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