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이미지’는 17일 “판야금속거래소의 설립자인 산주량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시를 했다. 산주량이 지난 10월 15일 이미지 이사회에 참석한 이후 계속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부인 장펑이 11월 27일 이사회를 12월 11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두 사람 모두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주량 부부는 각각 이미지의 지분 23.74%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최근 중국에서는 보통 ‘회사 대주주나 경영진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회사 측 발표는 이들이 반부패 사정의 덫에 걸려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산주량은 그동안 판야금속거래소의 파산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집중 추적을 받아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소식통들을 인용, “산주량이 이미 구속됐을지 모른다”면서 “윈난성 공안 당국이 산주량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산주량이 윈난성 쿤밍시에 판야금속거래소를 세운 것은 2010년이다. 거래소를 통해 14종류의 희귀 금속이 거래됐다. 산주량은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자를 끌어들였지만 지난 7월 원금과 13.7%의 이자 지급 불능을 선언하고 360억 위안(약 6조49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동결시켰다. 판야의 영업 방식은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와 배당금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금융 사기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피해자만 최소 8만명이다. 피해 투자자들은 쿤밍과 상하이를 포함해 전국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산주량은 지난 8월 새벽 상하이의 한 고급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려다 피해 투자자 100여명에게 붙잡혀 지역 공안에 넘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혐의가 없고, 관할권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풀려났다. 이후 피해자들은 9월 베이징의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는 “증감위가 판야거래소의 사기 행각에 눈감고 있다”며 리커창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12일 산시성 타이위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투자전략 설명회에서는 베스트셀러 ‘화폐전쟁’으로 유명한 쑹훙빙이 봉변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쑹훙빙이 판야 설립 당시 ‘인터넷 금융의 미래 모델’이라고 평가했던 전력 때문이었다. 쑹훙빙은 이날 현장에서 “판야의 사업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자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 최대한의 노력으로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사과문을 작성한 뒤에야 행사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인터넷 기반 금융업체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 사례가 늘면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상하이에 사는 판야 투자 피해자 왕모씨는 “뒤늦게 판야의 짓이 불법이라고 처벌하면 무슨 소용이냐”면서 “왜 더 일찍 조치를 취하지 않고 CCTV와 당이 운영하는 신문에 광고를 낼 수 있도록 했느냐”고 분개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중국판 조희팔?… 6조4900억 금융 사기에 대륙 술렁
입력 2015-12-18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