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희망·화합 메시지가 울려 퍼진다… 베토벤 교향곡 ‘합창’ 연주 잇따라

입력 2015-12-21 04:00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향은 한국에 송년 레퍼토리로 ‘합창’ 교향곡을 유행시킨 주역이다. 서울시향 제공

매년 12월이 되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전 세계에서 연주된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 17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부산시립오케스트라, 18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합창’ 교향곡을 공연했다. 이어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27일과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29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대전시립교향악단 등이 ‘합창’을 연주할 예정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이 연말에 자주 연주되는 것은 이 곡에 담긴 자유와 희망, 화합과 인류애의 메시지 때문이다. 특히 독일시인 프리드리히 실러가 지은 ‘자유 찬가’를 베토벤이 번안해 가사를 붙인 4악장 ‘환희의 송가’에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하나가 되어 나오는 음악은 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에 따라 한 해 동안의 갈등과 반목과 갈등을 해소한다는 의미에서 연말에 즐겨 연주된다.

음악사상 처음으로 교향곡에 성악을 도입한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에 4명의 독창자(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바리톤)와 합창단까지 동원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1824년 초연 이후 오랫동안 자주 연주되지 못했다. 간간이 자선음악회에나 나온 ‘합창’ 교향곡이 연말에 공연되기 시작한 것은 1차 세계대전 종전 2개월 만인 1918년 12월 31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콘서트다. 100명의 연주자와 300명의 합창단이 참여했다.

‘합창’ 교향곡은 20세기 들어 정치적으로 자주 활용됐다. 36년 베를린올림픽 개막식, 42년 히틀러의 생일 전야제, 46년 독일 사회주의 통일당 창당 전야제, 81년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당선 축하 공연,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 공연,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막식, 2005년 유네스코 창설 60주년 기념 음악회, 2010년 유럽 연합 창설 주창 60주년 기념 음악회 등 다양한 기념행사에서 단골로 연주됐다. 한국에서는 중동평화를 위해 다니엘 바렌보임이 창단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2011년 8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연주한 바 있다.

해외에서 송년 레퍼토리로 ‘합창’을 가장 많이 연주하는 곳은 일본이다. 전국에서 100여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1940년 일왕 즉위 축하 행사의 일환으로 12월 31일 밤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는 장면이 전국에 생방송되기도 했다. ‘합창’ 교향곡과 같이 신년을 맞이하는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사례를 참조한 것이다. NHK가 제야에 ‘합창’ 교향곡을 생방송하는 건 이제 관습처럼 굳어졌다.

83년부터 산토리그룹 후원으로 매년 연말 오사카성에서 공모를 통해 모인 1만 명의 합창단원이 출연하는 ‘산토리 1만 합창’도 유명하다.

한국에서 ‘합창’ 교향곡을 유행시킨 주역은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다. 서울시향은 2008년 12월 ‘합창’ 교향곡을 선보여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후 매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올해는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도쿄필과의 연합 연주, 단독 연주를 합쳐 총 3번을 공연한다. 단독 연주만 해도 97명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4명의 독창자(홍주영, 백재은, 김석철, 박종민), 132명의 합창단(국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이 출연한다. 도쿄필과의 연합 연주에서는 합창단은 그대로지만 오케스트라는 서울시향 51명과 도쿄필 61명을 합한 112명이 무대에 선다. 독창자로는 한국의 홍주영과 김석철이 일본의 야마시타 마키코, 코모리 테루히코와 함께 출연한다.

27일과 30일 서울시향의 단독 연주 티켓은 지난 1월 올 시즌 티켓을 판매하자마자 바로 매진됐다. 서울시향은 예매를 못한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30일 공연의 경우 KBS 라디오와 모바일 서비스 ‘My K’를 통해 실황연주를 생중계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