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토 무죄, 부적절함 적시하되 언론 자유 중시한 것

입력 2015-12-17 21:02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을 보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7일 공판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한 측면을 고려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어 “허위사실이 명백하지만 비방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가능한 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1심이긴 하지만 이 판결로 우리 정부는 국가적 망신을 당했다. 청와대를 의식한 무리한 검찰 수사의 결말이다.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란 칼럼을 통해 박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소문을 전달하면서 두 사람이 남녀관계인 것처럼 묘사했다. 검찰은 보수단체 고발이 있자마자 수사에 착수하는 등 과잉 대응을 했다. 이에 국제단체들이 언론 자유 침해라고 지적한 데 이어 미국마저도 우려를 표해 국제적 논란으로 비화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적인 언론 자유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통령 행적이 공적 관심사에 속하는 만큼 그에 대한 의혹 제기는 공인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판단은 시사하는 바 크다. 이제 언론보도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는 구시대적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언론활동을 문제 삼아 사법적 단죄를 가하려 하면 취재와 보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가토 전 지국장의 저급한 보도 자체가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그의 행태는 기자로서의 직업윤리를 망각한 무책임한 처사다. 윤리적·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특히 극우 매체로 혐한 보도를 해온 산케이신문은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이번 보도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