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17일 청와대·여당의 거듭된 직권상정 요청에 대해 “(직권상정 불가라는) 내 생각은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라 걱정을 해서 (직권상정 요청을) 하는 것인데 압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서 “(입장을 바꿀 경우) 내 성(姓)을 다른 성으로 바꾸든지…”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통해 자꾸 압박을 가하는데, 삼권이 분립돼 있는 대한민국 민주체제에 의심을 가할 여지가 있는 얘기들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입법부와 행정부 수반 간 정면충돌로 바라보는 시각을 의식한 듯 “왜 자꾸 대통령하고 내가 각을 세우는 것처럼 그러느냐”며 “함께 나라를 걱정하고 잘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정 의장은 ‘국회 공전’을 막기 위한 중재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18일 여야 지도부와 함께 만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의장은 노동개혁 5법에 대해 야당이 거세게 반대하는 기간제근로자보호법·파견근로자보호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3개 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방안으로 여야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 측근은 “정부의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해선 지난 15일 여야 지도부의 마라톤협상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만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정 의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과의 회동을 요청, 여야 합의를 거듭 당부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경제위기 상황을 부각시키며 ‘특단의 대책’을 거듭 촉구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뛰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야당의 불참과 비협조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도 “입법 불비의 현행법 하에서는 국가 비상사태를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 의장의 직권상정을 거듭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을 최고위원회의에 불러 경제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하도록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당 경제상황점검 태스크포스도 소집했다.
당 일각에서는 자성론도 제기됐다. 정병국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긴급명령) 발동 카드에 대해 “결국 정치권을 파국으로 끌고 갈 수 있다”며 “아직은 대화와 설득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정의화 “내 姓을 바꾸지 않는 한…”… 직권상정 불가 고수
입력 2015-12-17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