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우리나라에서 탄저균 실험을 16차례나 실시하면서 단 한 번도 우리 정부 당국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 사고 당시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던 미국 측 해명도 거짓말로 판명되면서 치명적 생물학무기 실험 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 탄저균 실험 조사를 위해 구성된 한·미 합동실무단은 17일 미군 용산기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무단 조사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용산기지에 총 15차례 ‘사균화’된 탄저균 검사용 표본을 반입했다.
지난 4월에는 오산기지로도 한 차례 반입됐다. 표본들은 분석·식별장비 성능 시험과 교육훈련 등에 사용된 뒤 폐기됐다고 합동실무단은 밝혔다.
실무단 관계자는 “미국 측이 제출한 실험 관련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용산기지 실험은 기지 내 병원에서 실시됐으며 현재 이 병원은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미군 측은 용산기지 실험에 사용된 탄저균의 양에 대해선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실무단에 통보해 왔다.
앞서 주한미군사령부는 오산기지 탄저균 샘플 배달사고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탄저균 실험 훈련은 최초로 실시된 것으로, 한·미 동맹군을 보호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기 위해 행해졌다”고 했다. 당시 미 국방부는 메릴랜드주 에지우드화생연구소에서 발송된 탄저균 표본 1㎖가 민간 화물운송 업체를 통해 오산기지로 잘못 반입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미국이 당시 탄저균뿐 아니라 페스트균도 국내에 반입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은 탄저균 실험은 언급하면서도 페스트균 반입 여부에 대해선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합동실무단 우리 측 단장인 장경수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반입할 때 포장용기 내에 사균화된 탄저균 및 페스트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첨부 서류가 동봉됐다”며 “주한미군에 들어오는 것은 검사를 생략하고 통과됐다”고 했다.
한·미 양국은 제196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에서 주한미군에 반입되는 생물학 검사용 표본의 한국 반입 절차와 관련한 합의권고안을 마련했다. 표본 반입 시 우리 정부에 발송·수신기관, 표본의 종류·용도·양·운송방법 등을 통보하고 한쪽의 요청이 있으면 이른 시일 내 공동 평가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우리 관세청이 주한미군 관세조사국과 함께 검사를 할 수도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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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7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