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탈당 뒤 처음 호남을 방문했다. 17일 하루 동안 전북 전주와 광주에서 여섯 개의 굵직한 일정을 소화하며 본격적으로 ‘호남민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이틀 전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 이어 야당의 텃밭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야권 쇄신론’에 힘을 실었다.
안 의원은 외연 확장을 위해 새정치연합 탈당 인사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전주 남부시장에서 열린 ‘청년 창업가 간담회’에서 유성엽 의원을 언급하며 “오늘 아침부터는 저랑 상의해야 하는 ‘운명공동체’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한 유 의원은 전북도당위원장이기도 해 상징성이 크다.
안 의원은 앞서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지역기자 간담회에서도 탈당한 문병호 유성엽 의원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문 의원과) 어제 저녁 8시에 만났다. 그리고 여러 가지 깊은 고민을 공유했다”며 “오랜 정치 역정에서 여러 가지 실패했던 부분, 우리 정치가 이렇게 고쳐져야 된다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얘기했다”고 했다. 이어 “어젯밤 중대 결심을 한 유 의원을 만나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두 시간 정도 나눴다”며 “많은 고민이 있는 분들과 많은 소통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동영 전 의원과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엔 “지금은 솔직히 많은 분들을 아직 뵙지 못했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야권의 무능을 비판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을 향해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건 집권을 멀게 하는 것”이라며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와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 미국과 소련이 손을 잡았다”고 했다. 이어 ‘인재 영입’의 원칙으로 ‘갑질로 국민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사람’ ‘이분법적 사고로 다른 사람을 배척하지 않는 사람’ ‘돈 있고 힘 있는 사람 편에 서서 기득권을 위해 일하지 않는 사람’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전주에서 일정을 마친 안 의원은 광주로 이동해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 그는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지역기자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21세기 대한민국을 1970년대 대한민국으로 개조하고 있다”며 “너무나 무능하지 않나”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삼권분립 개념 자체가 없는 대통령”이라고도 했다. 안 의원은 “어떻게 여당 원내대표를 청와대에서 쫓아내고 국회 입법권까지도 무시하면서 국회 의장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대느냐”며 “상식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비상식을 타파해야 된다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광주은행에서 ‘지역 경제 살리기 계좌’에 가입하기도 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린 ‘시민네트워크 무등’ 창립식에 참석했다. 저녁엔 지역 시민단체 대표와 지역사회 원로 등과 만나 만찬을 가졌다.
안 의원은 18일 오전 환경미화원 면담과 지역방송사 인터뷰를 끝으로 광주일정을 마무리한다.
전주·광주=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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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7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