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乘馬)가 자폐증이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월문천로에 있는 평안흥업㈜동서울승마클럽(대표 김복기)을 찾았다. 김복기(61·하남 가나안교회) 장로가 만나자마자 승마용 헬멧과 부츠를 내밀었다. 얼떨결에 김 장로의 지시대로 말안장에 올랐다.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로 밑을 보지 말고 앞만 보고 손잡이를 꼭 잡아요.” 시키는 대로 했지만 온 몸에 힘이 들어간 상태였다. “끌끌끌∼” 김 장로가 혀 차는 소리를 내자 다섯 살짜리 말 ‘공주’가 곡선미를 뽐내며 천천히 걸었다.
“승마는 말을 타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운동이어서 장운동에 좋을 뿐만 아니라 심폐기능 강화와 자세 교정 등에도 좋습니다. 특히 지상 2m 위에서 말을 타기 때문에 자신감과 집중력을 키워주는 아주 좋은 스포츠입니다.”
김 장로는 승마는 사람이 사계절 동물과 교감하면서 근력과 유산소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전신운동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자폐아나 어린이들의 정서 발달에도 매우 좋은 운동으로 자세 교정과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면서 “1회 비용은 4만∼5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고삐를 잡은 김 장로가 한번 달려보자고 했다. “말은 시각·청각적 자극에 예민해요. 말 주변에서 큰 동작을 하거나 소리를 치는 것은 금물입니다. 기마자세를 취하세요. 양쪽 발은 공주의 어깨와 가슴 사이에 바짝 붙여 힘을 주세요.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때마다 양쪽 발로 리드미컬하게 톡톡 힘을 주세요.” 10분 정도 맛보기 승마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조용하던 사무실이 시끌벅적했다. 20세 안팎으로 보이는 8명의 정신지체장애 청소년이 우르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인솔자는 “말 타야지, 말 듣지 않으면 차 안으로 보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솔자는 꼬마처럼 들떠 있는 다 큰 아이들을 단속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악 쓰면 말이 놀란다.” 김 장로의 당부에 다 큰 아이들이 “네”라고 대답한 뒤 차례로 말에 올랐다. 아이들은 연신 콧노래를 부르거나 “아유 좋아”를 연발했다.
남편과 함께 이들의 승마를 돕는 김 장로의 평생 반려자인 박월자(58) 권사는 “처음엔 겁이나 말을 타지 않겠다고 버티던 아이들도 한번 타고 나면 내리지 않고 계속 타겠다고 버티기도 한다”면서 “집중력과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ADHD 재활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올해 결혼 37주년을 맞은 김 장로 부부가 말과 인연을 맺은 건 6년 전이다. 워낙 동물을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축산업을 하다보니 말과 친할 기회가 많았다. ‘무슨 사업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힐링과 레저스포츠로 승마장이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어 승마클럽을 운영하게 됐다.
충남 금산이 고향인 김 장로는 무속을 맹신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한번 굿을 하면 1주일 이상 계속되는 집안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음독까지 시도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동네 형의 전도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해 1년 후에 교회학교 교사가 됐다.
그는 1974년 경기도 하남 가나안농군학교 인근으로 이사 온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믿음생활을 시작했다. 한때 신학교에 들어가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지만 군 제대 후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대신 2세에게 희망을 거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는 78년 박 권사를 만나 결혼을 하고 서원기도를 드렸다. “저에게 아들을 주시면 목회자로 키우겠습니다.” 2년 후에 낳은 아들 평안(36)씨는 서강대와 연세대 신대원을 나와 미국 웨슬리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위스콘신주 미국인 교회의 목회자로 사역하고 있다. 딸 평온(33)씨는 두 자녀의 어머니로 박물관 강사로 일하고 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 김 장로는 신앙과 승마는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말은 주인의 말에 절대적으로 순종하지요. 우리 부부도 마찬가집니다. 37년 동안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080-088-7745)
남양주=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얼굴-동서울승마클럽 대표 김복기 장로] 말은 주인에 순종 신앙은 말씀에 순종 서로 닮았쥬∼?
입력 2015-12-18 18:48 수정 2015-12-18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