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유럽·中·日은 아직 통화완화 필요한데… ‘美 나홀로 긴축’ 신흥국은 위축

입력 2015-12-17 21:38 수정 2015-12-18 00:50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현지시간) 9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에서 0.25%로 인상한 것은 전세계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의 동조화가 끝났다는 의미가 있다. 여전히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금리를 내리고 추가 양적완화를 지속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성장 둔화 막기에 안간힘을 쓰는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6차례나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20여년의 디플레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제한적인 돈풀기를 시행 중인 일본도 추가 통화 완화가 불가피하다.

세계 주요 경제권이 경기 부양에 몰두하는 가운데 견실한 경제 회복을 보인 미국만 ‘나홀로 긴축’으로 역주행하는 셈이다. 이러한 미국의 역주행으로 가장 심각한 위험에 노출된 것이 신흥 경제국들이다. 상당수가 원자재 부국인 이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이미 재정이 흔들리고 수출이 급감한 상태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이 잇따라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가운데 이번 미 금리 인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신흥국들이 2008년 이후 앞다퉈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이 내년부터 대거 만기가 돌아오는 점도 부담이다. 미 금리 정상화와 달러 강세로 원리금 상환과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취약한 신흥국으로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말레이시아 등을 꼽고 있다. 투자은행 UBS는 이번 금리 인상 영향과 관련, “중국 성장 둔화 등 여건 악화로 신흥시장이 과거 금리 인상기보다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경기 부양 필요성 때문에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신흥국들이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게 통화절하(통화가치 약화)의 유혹이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환율 관리 방식을 달러화와 연동하지 않고 무역가중치를 반영한 통화바스켓과 연동할 뜻을 시사하면서 새로운 환율전쟁 논란을 가열시켰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연쇄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전 세계 경제의 취약이 결국 현재는 성장을 지속 중인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불안이 적지 않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 예상과 다르면 추가 인상을 유보할 것”, “(이번 인상의) 의미를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발언하는 등 신중하고 온건한 톤을 보인 것도 금융시장과 신흥국들의 불안을 다독이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과 주요 아시아 증시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안도감이 강하게 반영되며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43%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1.67% 상승했다. 다만 국제 원유 가격은 달러화 강세 예상과 재고 증가로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83달러(4.9%) 하락한 배럴당 35.52달러로 마감됐다.

배병우 선임기자, 김지방 기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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