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美 제로금리 시대] “韓, 가계·기업부채 부담 커져… 당분간 금리 동결해야”

입력 2015-12-17 21:10
국민일보가 17일 미국 금리인상과 관련해 거시경제·금융 전문가 27명에게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5명 중 3명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부진한 국내 경기를 감안해 당분간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 다수가 내년 최대 위험요소로 중국 경기둔화를 꼽은 반면,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신흥국 충격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전문가,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 기준금리 동결해야”=전문가 27명 중 16명(59.3%)은 미국 금리인상이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인상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어서 시장에 이미 반영됐다”며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국이고 재정건전성이 높은 편이어서 신흥국에 비해 유리한 여건”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응답자 중 9명(33.3%)은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 전반에 걸쳐 자본유출 압력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말까지 미국의 금리인상 폭에 대해 20명(74.1%)이 ‘50∼100bp’(1bp=0.01% 포인트)라고 답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1.50%)에서 동결해야 한다는 답변(17명)이 가장 많았다. 미국이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은이 국내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동향전망팀장은 “국내 물가가 여전히 낮고 경기회복세도 완만해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를 올리면 경기회복세가 꺾일 우려가 있고,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금리를 동결하면서 가계부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과의 내외금리차 축소로 자본유출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봤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점진적으로 올리지 않으면 외국인자금 유출로 외화유동성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기업부채 부실, ‘셀 코리아’ 대비해야=전문가들은 신흥국 자금 유출(13명)과 함께 부채관리비용 증가에 따른 가계·기업 부실위험 및 내수위축(12명) 위험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것으로 봤다. 주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최근까지도 부채에 의존한 성장전략을 써왔는데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국 금리가 오르면 가계·기업의 부실과 내수위축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신흥국이 받을 충격에 대해서는 ‘심각할 것’(12명)이라는 의견과 ‘일시적일 것’(14명)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선진국들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내성이 쌓였지만 신흥국의 경우 위험관리 역량이 최근 크게 강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도 “원유 등 원자재가격 부진으로 신흥국의 자금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달러화 부채 상환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경상수지 적자폭이 크고 대외부채가 많은 일부 취약국의 금융 불안이 나타날 수는 있으나 전반적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내년 한국의 가장 큰 대외위험으로는 ‘중국 경기둔화’(17명)가 꼽혔다. 서준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경제는 구조조정과 신성장정책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한·중 간 기술력 격차가 줄어들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점이 중간재 수출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기둔화는 신흥국 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두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우리 경제 부담도 커질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유럽과 일본은 양적완화를 지속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윤 교수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와 수출기업의 전략 수립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상진 천지우 박은애 기자

sharky@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