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최근 3년 사이 4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성폭력 피해자 100명 중 5명은 남성이다.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는 여성·어린이만 해당한다’는 인식으로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17일 남성 성폭력 피해 현황 등을 담은 ‘성인 남성 성폭력 피해자 지원안내서’를 펴냈다. 경찰청이 집계한 국내 남성 성폭력은 2011년 749건에서 지난해 1066건으로 42.3% 증가했다. 피해자를 21세 이상 성인으로 국한하면 474건에서 603건으로 27.2% 늘었다.
2013년과 지난해 피해를 유형별로 보면 강제추행이 60%로 가장 많았고, 성폭행(강간)이 20%로 뒤를 이었다. 직장 상사에 의한 성추행, 여성 승객의 대리운전기사 성추행 등이 대표적 피해 사례다.
해바라기센터의 올 상반기 실태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 남성의 50%가 우울·불안을 호소했다. 26%는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안내서는 남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뒤 ‘성 정체성’ 등의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이 ‘남자’라는 일반적 인식과 다르다 보니 남성성에 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남성일 경우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피해자는 인터뷰에서 “가끔은 남자인 제 자신을 보는 게 힘이 든다”고 말했다.
남성 성폭력 피해자는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에 의해,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2차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나를 ‘손상된 물건’처럼 대한다”고 했다. 안내서는 “남성 피해자는 부정적 시선으로 여성보다 더 힘든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면서 “성별을 떠나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당한 피해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성폭력 피해 남성 3년 새 42% 증가
입력 2015-12-17 19:49 수정 2015-12-18 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