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한미군 탄저균 실험 줄곧 은폐했었다니

입력 2015-12-17 17:40
지난 4월 오산기지에 사균화된 탄저균 샘플 배달사고를 계기로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주한미군이 2009년부터 16차례나 탄저균 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산기지에서의 실험에 앞서 15차례는 용산기지에서 이뤄졌다. 탄저균 실험 훈련은 북한의 생화학 무기 공격에 대비해 병원균 식별장비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양국은 설명했다. 그리고 활성화된 탄저균이 반입된 것은 아니어서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실제 오산기지 실험에 노출된 미국인 22명을 관찰해보니 아무런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주한미군의 석연찮은 태도로 의문이 말끔히 가시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5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탄저균 실험이 오산기지에서 처음 진행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산기지에서의 실험이 처음인 것은 맞지만, 용산기지에서 15차례나 진행한 것을 의도적으로 감추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올해 탄저균과 함께 페스트균 표본을 함께 받은 사실도 주한미군은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아울러 양국 공동조사가 미군 측이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이뤄져 다른 독성물질이 반입됐을 개연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양국은 주한미군의 생물학 검사용 샘플 반입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권고문 개정안을 발효시키는 등 대책도 내놓았다. 주한미군이 실험용 탄저균 등을 반입할 때 우리 정부에 발송·수신기관, 샘플 종류, 운송 방법 등을 통보하고 관세청이 물품 검사를 희망하면 주한미군 관세조사국과 합동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진즉에 만들었어야 했다.

한·미 군사동맹은 굳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주한미군은 한국 국민들의 신뢰를 중시해야 한다. 한국 국민들이 주한미군을 의심하는 상황이 벌어져 반미 감정이라도 확산된다면 양국 모두에 손해다. 주한미군은 언행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