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갖고 있는 복잡다단한 상황을 정면으로 바라본 적이 있는가.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이들을 있는 그대로 본 적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만화가 있다.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웹툰 ‘닥터 프로스트’다.
천재 심리학자 닥터 프로스트가 주인공인 이 만화는 프로스트가 세월호에서 살아 돌아온 아이(연식)와 만나면서 겪은 에피소드(‘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들’)를 그렸다. 3개월 동안 이어온 에피소드를 마친 이종범 작가와 17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만화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루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하나의 사건으로 조감해 볼 필요가 있는데 정치적 필터(filter)만 끼고 바라본 담론이 너무 넘치더라고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아직도 많은데 피로감을 얘기하는 상황이 됐어요. 또 다른 맥락을 얘기해야 했어요. 살아남은 사람들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고, 이해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싶었어요. 그건 ‘공감의 힘’을 가진 ‘이야기’만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주변 우려도 있었다. “논란이 될 이야기를 해서 적을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식의 걱정이었다.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이 작가가 스스로 경계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세월호가 그저 작품을 쓰기 위한 ‘소재’로 전락할까봐 두려웠어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정리가 됐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했습니다.” 이 작가는 ‘세월호를 소재로 한 만화’가 아니라 ‘세월호로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다.
살아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준비하면서도 단원고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에피소드 1, 2회가 나간 뒤 아이들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그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진 게 처음’이라며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디테일한 부분이 너무 아팠어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친구 손을 놓쳤어요.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보니 저는 밖에 있었고, 그 친구는 나중에 나왔어요.’ 나중에 나왔다는 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뜻이더라고요. 이 아이들은 죽음을 말하지 못하는 거예요.”
아이들과 만난 뒤 에피소드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모두가 피해자이고, 서로가 서로를 지지해줘야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 작가도 스스로의 트라우마와 마주해야 했다.
웹툰은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제시한다. 해답을 말하지는 못하지만 방법은 보여준다. 치유에 대한 희망과 위로를 건넨다. 프로스트의 말을 빌자면 이렇다.
“트라우마를 비롯한 우리들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덮어놓고 잊는 것도, 무조건 그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상처에 직면할 수 있을 만큼 괜찮아졌을 때, 다시 한 번 그 상처를 직시하고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세월호 만화 아닌 상처받은 사람들 보고서”… ‘닥터 프로스트’ 웹툰작가 이종범
입력 2015-12-18 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