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만 무기판매 계획을 공식화했다. 대만을 끌어안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예상대로 중국은 반발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여러 ‘배려’를 했다는 분석이어서 심각한 대결 양상으로는 번지지 않을 전망이다.
◇미, 대만에 무기 판매 VS 중, 관련 미 기업 제재=미국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18억3000만 달러(약 2조1539억원)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2011년 9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미국이 이번에 대만에 판매하는 무기는 퇴역한 구축함 2척, 토우(TOW)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수륙양용차 AAV7,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등이다. 미국 의회는 앞으로 30일 동안 행정부의 무기판매 계획에 대해 심의에 들어간다. AP통신은 민주 공화 양당이 이번 무기 판매안에 초당적으로 합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반발 수위를 높였다. 정쩌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케이 리 주중 미국대리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대만은 중국 영토의 뗄 수 없는 일부분이며 중국은 미국 정부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결정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정 부부장은 “이번 무기 판매는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표준을 위반했고, 또 중국과 미국이 발표한 3개의 공동성명은 물론 중국의 주권과 안전 이익에도 심각하게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무기 판매와 관련된 회사들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앞서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한 외신 보도에 대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가 매우 민감하고 심히 해롭다는 점을 미국이 심각하게 이해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미국, 중국 자극 막기 위해 신경 써=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움직임을 미·중 관계의 기존 구도를 흔드는 것이 아닌 상징적인 의미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동맹국 대만에 약속을 지키고, 동맹국들을 중시하고 있다는 뜻을 보여주는 차원이라는 얘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2월 군함 최대 4척을 대만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음에도 1년여를 늦춰왔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무기판매가 오래 지속돼온 미국 정책의 하나일 뿐이라는 자국 입장을 강조했다. 미국은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1982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제정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해 왔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미국이 신경을 쓴 측면도 감지된다. 우선 이번에 판매 예정된 무기들 중 ‘신형’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또한 시점 선택도 절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1949년 분단 이후 처음으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미국에서 무기를 사들이는 대만에 대해 중국 쪽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나오지 않을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위안정 연구원은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만약 대만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당선된 뒤 미국의 결정이 이뤄졌다면 지금과는 다른 함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물러나기 전에 무기 판매를 결정함으로써 후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美, 대만에 2조원대 무기판매… 中 배려해 구형으로만
입력 2015-12-17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