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공격 48.7% 점유 ‘독일 병정’, 자국 대표팀 간다는데… 삼성화재 “그로저 없는 내년 초가 겁나요”

입력 2015-12-17 19:26
삼성화재의 독일 용병 그로저가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전에서 쿠바 용병 오레올을 앞에 두고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프로배구 전통의 강호 삼성화재가 ‘독일 병정’ 그로저의 합류로 예전의 위력을 되찾고 있다. 16일에는 올 시즌 두 차례 만나 한 세트도 빼앗지 못한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3대 2로 역전승했다. 팀 성적도 2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날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로저는 경기를 앞두고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고 경기 중 옆구리 통증을 호소했지만 46득점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그로저의 활약이 크다는 것은 토종 선수의 부진을 반증한다. 그로저는 올 시즌 15경기에 나서 공격점유율 48.7%를 기록 중이다. 전체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공격점유율이다. 지난해 레오(쿠바)의 56.7%에 비해 낮은 수치지만 공격의 절반을 혼자 감당하는 것이 처음인 그로저로서는 엄청난 시즌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박철우의 군 입대 후 이렇다할 토종 공격수가 없는 삼성화재는 그로저를 믿고 이번 시즌을 치를 수밖에 없다.

공격이 그로저에 치중하다 보니 삼성화재 상대팀도 이미 수를 꿰뚫고 있다. 삼성화재는 리시브가 잘 되면 중앙 속공을 쓰지만, 안 되면 무조건 그로저에게 토스를 올린다. 믿을 만한 토종 공격수가 없어 양 날개 공격은 거의 그로저 차지다. 불안한 리시브 후 올려지는 부정확한 토스는 상대팀 블로커의 먹잇감이 된다. 16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삼성화재는 무려 16차례의 공격이 블로킹 당하며 애를 먹었다.

더욱이 독일 대표선수인 그로저는 내년 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예선을 치르기 위해 자리를 비우게 된다. 독일배구협회에서 국제이적동의서를 발급할 때 포함된 내용이다. 올림픽 예선이 내달 5일 시작하기 때문에 그로저는 연말에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도 출전했던 그로저는 오른쪽 다리에 올림픽 문신을 새길 만큼 올림픽을 향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로저가 복귀하기 전까지 삼성화재는 상위팀인 OK저축은행,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일전을 치러야 한다. 그로저에게 삼성화재 운명이 달려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