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특유의 ‘정면돌파’ 승부수를 던졌던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한번 고비를 맞았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비선실세 논란, 잇따른 인사 파문을 겪으면서도 ‘원칙론’을 앞세워 이를 넘어 왔다. 하지만 이번엔 노동개혁·경제활성화 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초조함이 극대화됐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 3주년(19일)을 불과 이틀 앞둔 청와대 역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국무회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때마다 매번 국회를 향한 날 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올해 최우선 국정과제인 경제 살리기와 노동개혁의 마무리를 위해선 관련 법안 처리가 필수적임에도 입법 논의가 전혀 진척되지 않자 박 대통령의 비판 수위 역시 갈수록 높아지는 상태다. 연일 국회에 대해 “기득권 집단 대리인” “직무유기” “선거에서 얼굴 들 수 있겠나”라며 강공 일변도로 나서는 것도 절박함과 위기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원칙’은 카운터파트에 대한 막후협상 대신 공식 루트로 국정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행태에 대한 공격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무조건 압박만 가하는 게 되레 야당의 반발 수위만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선 ‘정부·여당 대 야당’, ‘행정부 대 입법부’ 식의 대결구도 대신 ‘설득과 협상의 미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 2법의 임시국회 내 처리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인 만큼 일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여권 관계자는 17일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입법 논의에 나서지 않는 야당 책임이 가장 크긴 하지만 야당을 어르고 설득하는 소통 노력 역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한 선언적 촉구만이 아니라 상황 변화에 따른 세밀한 협상 전략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청와대 참모들 역시 후속 대응 방법을 놓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입법은 국회의 몫인 만큼 여야 합의가 최선이지만 현재 상황이 마냥 이를 기다릴 수는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물리적으로만 보면 임시국회 회기는 아직 여유가 있는 것 같지만 내년으로 넘어가면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법안) 연내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제 남은 것은 국회를 상대로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면서 기다리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비정상적인 국회 상태를 정상화시킬 책무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또 야당을 향해서도 법안 논의에 나서도록 계속 설득할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고, 조금이나마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직접 야당 지도부를 만나는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검토 단계가 아니라는 기류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고비마다 통한 ‘정면돌파’ 승부수 이번에도?… 朴 대통령, 국회 연속 압박
입력 2015-12-17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