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제 ‘희망퇴직’ 삼가고 경영상 해고 절차 따라야

입력 2015-12-17 17:40 수정 2015-12-17 21:03
불황에 빠진 업종을 중심으로 거세진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전방위로 몰아치고 있다. 최근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 과정에서는 40, 50대뿐만 아니라 20, 30대까지 무차별적으로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신입사원의 희망퇴직은 철회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런 분별없는 무더기 감원 방식은 우리 기업들이 고용이라는 사회적 책무와 인재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대개 노조원이 아닌 사무직 근로자의 희망퇴직은 강제된 감원이고, 사실상 ‘절망퇴직’이다. 이런 편법적 구조조정이 만연해 있는 한 법정 정년 연장은 의미가 매우 제한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입사 1∼2년차의 희망퇴직 신청은 반려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신입사원이 포함됐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직 대상을 추첨으로 정할 것도 아닌데 선정원칙이 빠진 보고를 그냥 지나쳤다고 해도 문제다. 게다가 그는 올해 36세 장남을 면세점 사업의 전무로 임명하기도 했다. 사업주가 고통 분담의 시늉을 내기는커녕 고통을 전가한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는 박 회장이 청년 취업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말 아닌가.

위기에 처한 기업이 존속을 위해 근로자 일부를 해고할 수 있다. 이른바 경영상 해고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사업주들은 노조원인 생산직을 제외하고는 감원 수단으로 희망퇴직 방식을 선호한다. 그렇지만 불황기에 희망퇴직이란 모순어법, 또는 조지 오웰이 말한 ‘더블스피크’(이중언어, 말장난)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숫자맞추기식 무차별 감원으로는 비용 줄이기 이상의 기업 체질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경영상 해고 요건인 해고회피 노력을 기울이고, 해고 대상자 선정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세우는 과정에서 수량 차원을 넘어선 기능적 유연성이 확보된다. 예컨대 고임금 직종의 경우 임금 삭감을 통한 퇴직 인원 최소화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임금체계를 합리화할 수 있다. 적어도 대기업들은 희망퇴직을 삼가되, 그 외양을 취하더라도 고통 분담의 방식과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