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에는 ‘^^’(웃음) ‘ㅠㅠ’(눈물) 등 단순한 문자 이모티콘이 전부였다. 그러다 모바일 메신저가 크게 확대되면서 섬세한 감정 표현을 도와주는 이모티콘(스티커)이 속속 등장했다. 일본을 중심으로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스티커 열풍을 일으켰고, 국내에선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시장을 키웠다. 디즈니 등 유명 캐릭터뿐 아니라 무명작가들의 새로운 캐릭터, 연예인의 사진을 활용한 캐릭터 등 다양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이모티콘이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이모티콘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무료 이모티콘을 받는 방법을 공유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생겼다. 이벤트 문자를 수신하거나 플러스 친구(카카오톡 기업 계정) 등록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무료 이모티콘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광고를 받으면 포인트를 지급해 유료 이모티콘으로 교환하도록 해주는 것까지 등장했다.
◇해외선 ‘이모티콘 작가’ 되려고 직장 관두기도=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오픈 플랫폼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을 운영 중이다. 2014년부터 누구나 직접 스티커(이모티콘)를 제작해 전 세계 라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마켓을 통해 판매된 수익금 중 구글·애플 앱스토어 수수료 30%와 일부 운영비를 제외한 금액은 원작자에게 전달된다.
아기자기한 이모티콘에 대한 인기가 높은 일본에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라인 스티커 작가’로 데뷔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모리 모리코(27·여)씨가 라인 스티커로 인생역전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라인장자’(라인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크리에이터스 마켓을 통해 스티커를 선보인 그는 단번에 1000만엔(약 9700만원)을 벌어들였다.
태국 역시 이모티콘 인기가 뜨거운 시장 중 하나다. 만화 산업이 쇠퇴한 탓에 태국 만화 작가들의 주 활동 무대가 만화책에서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으로 옮겨가고 있다. 태국 크리에이터스 마켓에 등록된 스티커는 지난 8월 기준 10만 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라인 측은 “5만명 이상의 태국 이용자들이 창작자로 등록된 상태이며, 태국 이용자들이 스티커 구입에 사용한 금액은 1억4500만 바트(약 46억원)를 넘어 선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모티콘과 기부를 연결하는 이벤트도 생겨났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매자를 위한 ‘남김없이 다 주는 액션콘 패키지’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이용자가 ‘그대를 위한 따뜻한 인사말’과 ‘해피 윈터’와 같은 액션콘 패키지를 구입하면 다운로드 1회당 1000원, 최대 1억원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이용자들이 가깝게 느끼는 이모티콘을 활용하는 기부 방법을 통해 나눔 문화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모티콘 인기는 메신저 내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캐릭터 상품 시장으로도 번졌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만 이모티콘 관련 시장이 2000억원대라는 추정치가 나올 정도다. 카카오는 이용자들에게 친근한 이모티콘 캐릭터를 활용해 ‘프렌즈팝 for 카카오’라는 게임을 출시하는 등 사업 영역을 무한대로 넓히고 있다.
◇기업 광고 수단으로도 활용=LG전자는 지난 5월 에어컨 신제품 ‘휘센 듀얼에어컨’을 출시하며 배우 송일국씨의 세 쌍둥이 아들 대한, 민국, 만세군을 홍보모델로 기용했다.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삼둥이의 얼굴을 활용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전개했다. LG전자는 공식 판매점인 ‘LG베스트샵’과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맺으면 제품 사진과 삼둥이의 얼굴, 문구가 같이 들어간 ‘휘센과 삼둥이의 여름’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무료 증정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한 달 동안 이모티콘 다운로드 횟수만 20만건 이상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덩달아 제품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객과의 소통 확산을 위해 이례적으로 이모티콘 활용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큰 호응을 얻었다”며 “이모티콘처럼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8일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 접속하니 플러스친구를 등록하면 이모티콘을 증정한다는 이벤트가 눈에 띄었다. ‘스웨덴 가구공룡’이라고 불리는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는 다음 달 12일까지 자사 캐릭터인 ‘소프트토이’를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플러스친구를 맺는 이들에게 무료로 배포한다. 이밖에 성형외과 안과 등도 앞다퉈 자체 캐릭터로 이모티콘을 만들어 업체 홍보에 나서는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업체 현황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이모티콘이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큰 호응을 얻으면서 문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시작하며 카카오프렌즈 최신 이모티콘 ‘어피치 스페셜 에디션’을 증정하는 것으로 홍보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이모티콘, 영토 확장 중] 온라인 이모티콘 스타들 오프라인 시장도 달군다
입력 2015-12-19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