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中 항저우 감독 확정… 축구 지도자 인생 2막 새출발

입력 2015-12-17 19:13

홍명보(46)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1부 리그) 항저우 그린타운에서 제2의 지도자 인생을 시작한다.

홍명보장학재단은 17일 “홍 전 감독이 그동안 아시아의 여러 클럽으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며 “항저우 구단의 축구에 대한 철학과 강한 영입 의지가 홍 전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지도자 생활을 잠시 쉬었던 홍 전 감독은 중국에서 첫 프로 클럽 사령탑에 올랐다. 계약기간은 2016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2년이다.

그는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하게 되는 도전인 만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미래가 밝은 팀으로 만들고 싶다”며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구단이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선수들의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 전 감독은 한국 축구계의 ‘전설’이다. 1990년부터 2002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A매치 136경기에 출전했으며, 월드컵 본선 4회 연속 출전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지도자 인생도 성공적이었다. 2009년 U-20 월드컵 8강,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1무2패·16강 진출 실패’라는 아쉬운 결과를 냈다.

그는 항저우의 제안을 받고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클럽의 경우 감독의 영향력과 결정권이 크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계약서를 작성할 때 감독에게 불리한 조항들을 집어넣는다. 성적이 나쁠 경우 잔여 연봉 지급 없이 경질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홍 감독은 독소 조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협상에 나섰다. 코칭스태프 선임권, 외국인 선수 선발권 등을 가져오기 위해 항저우 측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불합리한 조항들을 없앴고, 자신이 원하는 조건들을 얻어낸 것으로 관측된다.

항저우는 1993∼1994년생들이 주축인 젊은 팀이다. 중국 22세 이하(U-22)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5명이나 있다. 항저우는 홍 전 감독이 런던올림픽에서 23세 이하 선수들을 데리고 동메달을 딴 사실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중국 리그에는 홍 감독과 박태하 감독(옌볜 FC), 장외룡 감독(충칭 리판·이상 1부 리그), 김상호 감독(상하이 선신·2부 리그) 등 4명의 한국인 지도자가 활동하게 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