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美 제로금리 시대] 옐런 의장 “美 경제의 자신감… 점진적 인상”

입력 2015-12-17 20:11 수정 2015-12-18 00:59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연준이 9년6개월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선제적 조치”이며 “미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추가 금리인상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서 “당분간 금리 수준은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타당하다고 보는 기준보다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알비온 금융그룹의 제이슨 웨어 수석투자분석가는 “시장의 반응을 보면 어느 곳에도 유혈극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금리인상의 충격이) 매우 부드러운 연착륙”이라고 평가했다.

◇“금리인상은 미 경제의 자신감”=연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금리인상의 이유와 배경을 상세히 밝혔다. 가계 지출과 기업 고정투자가 최근 몇 개월 동안 증가하고 있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고 연준은 평가했다. 연준은 전반적으로 경제활동의 전망과 노동시장 전망의 위험이 균형 잡힌 것으로 봤다. 한마디로 각종 경제지표가 미 경제의 견고한 회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옐런 의장은 “이번 금리인상을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2.1%로 예상했다. 지난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9% 성장했지만 지난 3분기에는 수정치 기준으로 2.1%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미국의 실업률은 5.0%,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전년 대비)은 1.3%로 각각 제시됐다.

연준은 성명에서 추가 금리 조정 시기와 폭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물가지표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2%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 압력이 현실화되기 전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선제적 조치’라는 설명이다.

옐런 의장은 “장기 물가전망이 안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앞으로 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추가 인상은 유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이번 금리인상은 지난 7년간 계속된 비정상 시기, 즉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속에서 경제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유지해 온 제로금리 시대의 종료를 뜻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화정책 정상화 조치의 시작을 너무 오래 늦추면 자칫 경제가 과열되고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막으려고 어느 시점에 긴축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될 수 있다”고 금리인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첫 추가 인상은 내년 1분기”=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석자 17명 중 상당수가 내년 말까지 금리 수준을 1.0∼1.5%로 예상했다. 2016년 말 기준금리의 상단으로 1.5%를 제시한 사람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1.0%와 1.25%를 제시한 사람이 각각 4명과 3명이었다.

연준 위원들은 2017년에는 기준금리가 2.375%, 2018년에는 3.25%로 각각 인상된 뒤 장기적으로는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첫 추가 금리 인상은 내년 1분기 중 단행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로이터통신이 이날 연준과 직접 거래하는 프라이머리 딜러 21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3개사는 연준의 차기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 1분기로 꼽았다. 나머지 8개사는 내년 2분기를 추가 인상 시기로 전망했다. TD뱅크는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인상’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은 내년 1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며 2∼3월 중 추가 인상에 무게를 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연준이 다음 금리인상을 언제할지 정확한 시간표는 없지만 연준 위원들의 전망상 내년에 4차례 금리인상을 할 것이기 때문에 후속 인상은 3월이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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