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美 제로금리 시대] 글로벌 경제 ‘리스크 관리인’ 옐런 시험대에

입력 2015-12-17 20:13 수정 2015-12-18 01:01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글로벌 경제 ‘리스크 관리인’ 역할이 시험대에 올랐다.

옐런 의장은 16일(현지시간) 물가인상을 염두에 둔 선제적 조치로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아직 낮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금리인상이 오히려 경기를 침체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물가상승이 이뤄진다면 옐런의 경기예측 방식은 지지를 받을 것이다. 추가적인 점진적 금리인상 논의도 탄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잘못된 결정으로 판명 날 경우 연준도 제로금리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유럽중앙은행이나 스웨덴·이스라엘·캐나다의 중앙은행들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옐런 의장은 이에 대해 “갑작스러운 긴축은 경제를 불황으로 밀어넣을 위험이 있다”며 “경기과열 조짐을 미리 경계하고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옐런 의장이 경제학자, 규제기관 책임자, 고위 행정가에 이어 ‘리스크 관리인’ 직책까지 얻었다”고 평가했다. NYT는 옐런 의장이 앞으로 연준 내부에서도 큰 리스크에 대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 이사 12명의 지지를 계속해서 끌어낼 수 있을지, 대선 기간에 정치쟁점화를 피하고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는 연준 관리들을 잘 끌고 갈 수 있을지 등이 그가 직면한 리스크들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옐런 의장은 2013년 의장에 지명될 때 재계와 정·관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소신파’였다. ‘연준은 독립기관’이라는 원칙에 따라 2010년 연준 부의장이 된 이후 정치권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 하버드대와 캘리포니아대 교수로 지낼 때도 스타 경제학자인 조지 애커로프(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아내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예일대에서 옐런을 가르쳤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옐런은 가장 똑똑한 학생 중 한 명이었다”며 “그는 금융시장에 대한 예리한 이해력과 ‘인간의 고통은 그 무엇보다 실업과 연관돼 있다’는 신념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옐런 의장은 고용시장 회복이 인플레 압력을 촉발한다는 이론을 중시한다. 옐런 의장은 고용시장의 회복 움직임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론적 확신과 각종 지표를 토대로 금리인상을 주도했다. 당장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의 고용회복세로 볼 때 곧 연준의 목표치(2%)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옐런 의장의 판단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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