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현 카이스트 명예교수)이 지난 15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혼례 검소하게 치르기 결의대회’에서 6년 전 딸 결혼식 경험담을 공개했다. “미국 로펌에 갓 입사한 딸과 사위가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다기에 양가에서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하객으로는 신랑·신부 기준 사촌 이내 친척 80명과 신랑·신부 친구 55명, 고교 및 대학 은사 20명 정도만 초대했습니다. 축의금과 축하화환은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예단을 생략했으며, 예물은 신랑·신부 반지 하나씩만 했습니다. 양가 합쳐 2000만원으로 혼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교수 이외에도 작은 결혼식, 검소한 결혼식을 실천하는 저명인사가 적지 않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외부 청첩 없이 두 딸을 결혼시킨 데 이어 아들 결혼식도 뉴욕 유엔본부 인근 성당에서 가족 중심으로 조촐하게 진행했다. 유엔 사무국과 외교부가 몰랐을 정도였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지난 5월 대검찰청 별관에서 청첩과 축의금 수수 없이 딸 결혼식을 치렀다.
요즘 많은 부모들이 친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검소한 결혼식을 다짐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체면 문화와 허례허식 불감증이 여전한 데다 사돈가 입장을 외면하기 힘든 경우가 허다해서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利器)에 기댄 청첩 남발만은 바로잡아야겠다. 각종 단체 카톡방에 무작정 청첩장을 올리는 건 무례 아닐까.
작지만 의미 있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연구할 때다. 지난 5월 출범한 ‘검소한혼례운동본부’가 검소한 결혼식의 조건으로 다음 5가지를 제시했다. 축하화환 절대 사절, 축의금 사절하되 불가피한 경우 5만원으로 제한, 피로연은 하지 않거나 간단하게 진행, 예단 없애고 검소한 예물 교환, 하객 양가 합쳐 200명으로 제한. 어렴풋이 기억은 나지만 벅찬 추억이 없는 결혼식, 계속할 건가.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검소한 결혼식
입력 2015-12-17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