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시간반 자며 알바 3개 뛰던 ‘흙수저’ 하나님 ‘빽’ 있기에 좌절하지 않았다

입력 2015-12-18 19:27
김민욱 바이맘 대표이사는 “부산 지역 청년 및 북한이탈주민 출신 청년 고용에 관심이 많다”며 “이들이 바이맘을 거쳐 섬기는 리더십을 갖춘 청년 리더로 성장하는 것이 바람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바이맘 제공
바이맘 전 직원 단체사진. 바이맘 제공
바이맘의 주력상품 ‘알인알’ 난방텐트. 면 혼방 원단에 알루미늄 폴대를 쓴 것이 특징이다. 바이맘 제공
김 대표이사(왼쪽)가 동료와 부산 해운대구의 본사에서 난방텐트 원단을 정리하는 모습. 바이맘 제공
개척교회 목사인 아버지는 뇌종양으로 쓰러졌다. 어머니는 병간호 도중 유방암 판정을 받았고 매달 병원비로만 500만원이 들었다. 부모님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대학을 휴학하고 오전 4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스리잡(Three jobs)’을 뛰었다. 전단지 배포, 학원 강사, 생과일주스 제조 등 갖가지 일을 밤잠 줄이며 해야만 가족 부양이 가능했다.

난방텐트로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 소셜벤처 바이맘 김민욱(37) 대표이사가 20대 초반 겪은 경험담이다. 2012년 창업, 지난해 매출액 10억원을 돌파한 김 대표이사는 그때의 경험이 사업하는 데 있어 큰 유익이 됐다고 했다.

“힘들었지만 ‘돈 버는 원리’를 깨우치는 시간이었어요. 지하철 객차 안에서 휴지를 팔고 대학교 앞에서 주스도 팔면서 사업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성경말씀처럼 ‘고난이 내게 유익’이었던 셈이죠.”

고향인 부산에 사무실을 내고 11명의 청년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김 대표이사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부산 사투리 억양이 밴 그의 목소리는 경쾌했고 표정은 밝았다. 고생을 많이 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고학으로 대학을 마친 그는 2007년 기업 신용평가 기관에 입사해 4년간 일했다. 사업은 그의 어머니가 결혼한 누나에게 모기장 모양의 누비이불을 만들어준 데 착안해 시작했다. 교회 사모인 딸이 노후주택에서 외풍에 시달리는 것이 안타까워 이불로 차단막을 만들어 줬는데 효과가 좋아 주변 사람들까지 입소문이 났다.

“어머니가 누나에게 이불을 선물한 지 얼마 뒤에 거제도의 교회에서도 이불 주문이 들어왔어요. 그때 생각했죠. ‘어머니가 만든 이불 같은 실내텐트를 만들면 추위에 고통 받는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간단한 아이디어로 에너지 빈곤층 난방 문제가 해결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어 2011년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퇴사 이듬해 김 대표이사는 개인 자산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연구개발비, 친구·어머니 투자로 마련한 자본금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취지를 알게 된 부산 수영로교회는 창업 첫해 지역 소외이웃 500가구에 제공할 난방텐트를 주문했다. 모기장 모양의 난방텐트는 5분 내 텐트 안이 훈훈해져 난방비가 부담스러운 독거노인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전기장판과 같이 이용할 경우 텐트 안팎의 온도는 거의 10도 정도 차이가 난다. 김 대표이사는 소비자인 독거노인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르신들의 표정을 보며 ‘이 사업은 정말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다들 정말 고마워하셨어요. 디자인 등 수정사항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으셨고요. 열심히 해 더 많은 사람을 도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후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하고 텐트, 자바라 등 다양한 모양으로 난방텐트를 출시하면서 매출은 성장세를 달렸다. 소외이웃을 위한 제품으로 그간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 주로 납품했는데 디자인이 좋고 설치도 쉽다는 소문이 나 지난해부터 상품을 찾는 일반 고객들이 늘었다.

“지난해 인터넷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알아보는데 강남 지역 학부모 카페에서 저희 제품 사진이 공유되고 있더라고요. 난방비 비싼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방·인테리어 효과가 좋다고 소문난 거죠. 이 때문에 지난해엔 홈페이지 접속 폭주로 서버가 세 번 다운됐습니다. 1년 넘게 부자재, 디자인을 열심히 고민한 보람이 있었던 순간이었죠.”

지난해 전국의 에너지 빈곤층 1만 가구에 난방텐트를 선물한 그는 올해도 독거노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영주 귀국 사할린 동포 어르신에게 난방텐트를 지원한다. 최근에 이랜드와 협업해 만든 ‘코코몽 난방텐트’는 에너지 빈곤가구에 원가에 제공할 계획이다. 소외이웃 지원을 위해 난방텐트를 찾는 해외 선교사나 목회자들에겐 텐트에 성경말씀 디자인을 넣어주기도 한다.

김 대표이사는 ‘금수저’ ‘흙수저’란 말이 유행하는 현실에 청년들이 쉽게 좌절하지 말기를 당부했다.

“청년들이 처한 작금의 현실은 사회 구조와 개인의 문제 모두 혼재돼 있다고 봐요. 저 역시 남부럽지 않은 흙수저인데, 구조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겠지요. ‘취업이 안 된다’ ‘집안에 재산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하나님이란 ‘빽’이 있는 기독 청년이라면 사명과 동시에 시대의 문제를 같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 이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