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잊지 못하는 성탄의 추억 중 하나는 유년시절 교회학교 성극에 출연했던 일이다. 지금은 목사님이 되어 교회의 부교역자로 J국의 선교사로 두 가지 사역을 위해 적잖은 연령에도 불구하고 종횡무진으로 뛰고 있는 큰언니는 주인공인 마리아역을, 나는 아기예수님을 경배하러 온 목동도 아닌, 그 목동이 데려온 어린 양중 한 마리 역할이었다. 대사 한마디도 없는 그 배역이 어린 나이에도 부끄러웠지만, 어린 시절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성대모사의 달인이었던 내가 무대 위에서 “음메에에….” 양의 울음소리를 낼 때면 마리아의 등장 보다 더 큰 박수갈채를 받았었다.
어쩌다 연말연기대상 시상식을 시청할 때면 생뚱맞게도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같이 시청하고 있는 남편이 의아해 할까봐서 슬그머니 눈물을 훔치지만 사실 속으로는 하나님 앞에 서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볼 때도 있다. 떡 주실 분은 생각지도 않는데 눈물이 나는 까닭은, 우리는 모두 하나님께서 극본을 쓰시고 연출과 총감독을 맡으신 ‘인류’라는 연극속의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배역은 각각 다르지만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엑스트라이든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총감독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각자 맡은 배역을 성실히 해낼 때 우주 최고의 대서사극이 완성될 것이다. 나는 창단 20년차 드라마 선교단의 단장으로 극본을 쓰고 가끔 연출도 맡아하기에 성실함이야말로 기장 위대한 연기력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눈물이 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나님의 연기대상에는 모두가 주인공이자 동시에 조연, 엑스트라이다. 이 상은 세상의 연기대상과는 달리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는 인기와 외모, 스펙에 상관없이 크건 작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얼마나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는가에 따라 주어질 것이다. 올 한해도 맡겨진 배역에 참 성실했노라고 하시는 총감독님의 칭찬을 듣고 싶다.
박강월(수필가·주부편지 발행인)
[힐링노트-박강월] 하나님의 연기대상
입력 2015-12-18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