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이나 중증질환으로 인해 호스피스·완화의료서비스를 받거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암관리법과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법률안 등 7개 법안을 병합심리한 후 대안으로 마련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국내에서 최초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
◇어떤 내용 담겼나?=법안의 핵심 내용은 임종과정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암 이외의 다른 질병 말기환자(임종과정 환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법안에서 정의된 ‘임종과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고정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또한 말기환자의 질환 대상으로 암과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변 등으로 넓혔다.
‘연명의료 결정’과 관련 법안은 담당의사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과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를 함께 판단하도록 했다.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는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고 담당의사가 환자에게 내용을 확인했다면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환자의 의사로 보도록 했다. 또한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없는 경우,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 있고 담당의사 등의 확인을 거친 때로 한정했다. 담당의사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결정 시 이를 즉시 이행하고 결과를 기록해야 한다. 다만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 영양분과 물, 산소 공급은 중단해서는 안된다.
이와 함께 정부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설치해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등록·보관 업무를 담당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학계·의료계는 환영=관련 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조속히 통과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완화의료 등 최선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법안은 국회는 물론 의료·법조·종교·환자단체 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조정된 법안이라는 점도 의미를 갖는다.
이에 대해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박진노 법제이사(보바스기념병원장)는 “전인적 돌봄이 필요한 말기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돌봄서비스가 호스피스완화의료임을 인정받은 것이고, 임종기 환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육체적, 정신적, 영적 안녕 상태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합법적으로 갖게 됐다”며 “환자 자신의 의미있는 여생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으로 국민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암 이외 질환인 만성 말기환자가 포함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측은 연명의료결정시 의사 2인과 가족 진술 등과 관련해는 보완점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회 측은 “가족 범위나 의사들 의견일치 여부 등 해결할 문제들도 보이지만, 의료시스템 상 가능하도록 다양한 의료현장의 경우를 고려한 시스템적으로 보완은 필요하다”며 연명의료계획서 세부기준의 경우 “법이 통과되면 정부 관련 부서와 전문가 모두가 참여 가능한 태스크포스팀(TFT)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민감한 문제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일례로 법안에서 언급이 안 된 대리인에 대한 인정 등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병기 기자
연명의료 중단 법적 근거 마련… 국회 보건복지위 관련법률안 의결
입력 2015-12-20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