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편성 않으면 법적 대응 나설 것” vs “정부가 약속 파기하고 책임 떠넘겨”

입력 2015-12-16 21:30
정부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하자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은 ‘책임 떠넘기기’라고 반발하는 등 ‘네 탓’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차관회의에서 “정부는 일부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이 계속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대응할 것”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는 시·도 교육청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시·도 교육청에 지원되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39조4000억원에서 41조2000억원으로 늘어난 점, 최근 국회가 목적예비비로 3000억원을 우회 지원한 점 등을 들어 각 지자체와 교육청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추 실장은 “현재 8곳의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이 중 4곳(서울, 광주, 경기, 전남)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시도의회 예산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했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모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행태를 반복하며 의무를 불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누리과정을 편성하지 않는 전국 시·도교육청은 오히려 정부가 약속을 파기했다고 비난했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의 몫인데, 교육청이 책임지지 않아도 될 보육 영역까지 떠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정부로부터 이전되는 보통교부금은 감소하고 지방채는 늘어 지방교육재정 여건은 계속 악화하는 상황”이라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떠안으면 초·중·고 학교당 1억7000만원, 학생 1인당 43만원의 교육비가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국가차원의 법률정비와 국고예산 편성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누리과정에 대한 더 이상의 혼란과 불안감, 소모적 대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전국 시·도교육감협회의회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전날 오후 서울에서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누리과정 긴급 회동을 했다.

장 교육감은 “누리과정은 중앙정부의 책임이며 시·도교육청으로서는 재정 형편상 예산을 편성할 능력이 없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정치권과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의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와 교육청이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예산이 지원되는 유치원은 학부모들이 몰리면서 입학 전쟁을 치르고, 원아가 줄어든 어린이집은 경영난을 호소하는 등 피해는 국민들이 떠안고 있다.

강준구 기자, 청주=홍성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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