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사표 던진 사람들이 말하는 삶과 노동

입력 2015-12-17 19:21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가슴에 사표를 간직한 채 출근하는 직장인, 목에 사원증을 걸고 싶어 하는 취업준비생. 취업준비생의 미래가 가슴에 사표를 품은 직장인이라고 하면 쓴웃음이 나겠지만 꽤나 현실적인 얘기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삶을 잃어버린 채 원치 않은 일에 소모되며 ‘이제 그만’을 꿈꾸고 있다.

책은 사표를 던지고 삶을 건져 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직장생활을 10년 안팎 하다가 자발적으로 퇴사한 11명의 삶과 노동을 보고한다. 유별난 사람들의 특수한 경험담이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일상이고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책에는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살아남는다기보다 버텨내는 날들에 대한 회의, ‘무례한 노동 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모습으로도 계속되는 삶의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젊은 사회학도로 노동과 청년 연구를 해 온 저자가 사려 깊은 심층 면접으로 생생하게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선택을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노동이 어떠해야 하는지, 척박한 노동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