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현대차도 위기관리경영 전환… “매출 집착 않겠다” 질적 성장 집중

입력 2015-12-16 22:02



현대차그룹이 양적 성장에 주력하는 전략 대신 질적 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내년 경영 전략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후 악화되기 시작한 경영 실적을 개선하고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위기관리 체제’로의 전략 선회다.

정몽구 회장은 내년 초 신년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위기극복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정 회장은 이번 신년사에서 2016년 판매 목표를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양적 성장을 강조하지 않는 상징적인 조치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는 820만대 판매를 목표로 제시한 뒤 900만대 시대를 강조한 바 있다.

삼성그룹은 이미 임원 30% 감축, 그룹 계열사 구조조정 및 통폐합, 매각 등을 통해 비상 경영을 시작한 상태다. 국내 재계 ‘빅2’가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하면 재계 전반에 ‘비상 경영 체제’ 움직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16일 “지난 3∼4년간 현대·기아차는 매출은 소폭 증가해왔으나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경영 내용이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2∼3년간 이런 어려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수치에 집착하는 경영 패턴을 바꾸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그룹 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의 매출은 2010년 102조원에서 2011년 120조원, 2013년 134조원, 2014년 136조원으로 계속 증가해 왔다. 하지만 기업 활동의 핵심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2011년 9.5%를 정점으로 매년 떨어졌다. 올해 3분기까지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6.4%로 하락했다. 일본 도요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8.6%였으며, 올해도 8%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질적 성장을 위해 크게 세 가지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내년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전용차인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 생산·판매 및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생산라인 검토 등 친환경차 분야 강화, 자율주행차 등 전문 연구인력 및 투자 확대 등의 미래차 연구·개발 강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안착 등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친환경차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자동차 업체로서는 모험이자 체질 변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위기 경영을 선언하지만 당장 인력 축소 등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다만 친환경차·미래기술 등에 대한 집중, 제네시스 강화 등을 위한 그룹 내 인력 재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연말로 예정된 임원 인사에서도 제네시스와 친환경차 담당자들의 약진이 예고되고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