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국회 정면충돌] 불쾌한 靑 “국회가 끝까지 거부하면 다른 방법이…”

입력 2015-12-16 21:19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로부터 ‘쟁점법안’ 처리 문제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이병주 기자

청와대는 16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노동개혁·경제활성화법안 등의 직권상정을 거부한 데 대해 공식 입장 표명은 자제했다. 그러나 속내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기가 코앞인데도 야당이 법안 입법 논의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데 현재 다른 방법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도 “여야 합의 처리가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며 “하지만 국회가 끝까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법안을 외면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입법부 수장의 고유권한을 존중하는 만큼 정 의장을 겨냥해 즉각 반발하는 모양새는 피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특히 현기환 정무수석이 전날 정 의장에게 법안 직권상정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정당한 직무수행”이라고 밝혔다. 입법권 침해, 삼권분립 파괴라는 야당 주장에도 “야당이 먼저 할 일을 하라”는 기류다.

정작 청와대의 고민은 정 의장이 노동·경제 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하고, 야당이 임시국회 회기 내에 입법 논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것 외에 사용할 뾰족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쉽지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일단 법안 처리를 국회에 계속 촉구하면서 기다려야 한다”며 “(긴급재정·경제명령 같은) 극단적인 처방은 현재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박 대통령으로선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명분으로 야당을 고강도로 압박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모들 역시 임시국회 내 법안 처리를 위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면 접촉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국회를 겨냥해 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일을 제쳐두고 무슨 정치개혁을 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이 일들을 하는 것(법안 처리)이 정치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 한창 일할 수 있는,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잃어버린 시간, 인생을 누가 보상할 수 있겠나”며 “우리 미래세대에게 더 이상 죄짓지 말고 지금이라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의 병을 치료하는데도 하루아침에, 한방에 고쳐지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방법은 없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참석 장관들에게 대외적인 경제 여건의 점검을 통한 경제리스크 관리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기업부채 문제에 선제대응하기 위해 국회가 기업활력제고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줘야 한다”며 “공급과잉을 사전에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업종 전체가 위기에 빠지게 돼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재차 경고했다. 조만간 이뤄질 개각에서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 대통령 지시에 “과제를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답변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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