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나 스마트폰은 우리의 뇌와 생각, 마음을 어떻게 변형시키는가? 이것은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다. 세계 최고의 뇌과학자로 꼽히는 영국의 수전 그린필드(옥스포드 링컨 칼리지 선임연구원·사진)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책 제목을 ‘마인드 체인지’로 붙인 것은 ‘웨더 체인지’를 연상시키기 위해서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가 초래하는 마음 변화는 “규모와 영향 면에서 기후 변화에 상응하는 수준의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초연결과 화면 중심 생활방식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기술이 우리 뇌를 어떻게 변형시키는지, 그리고 뇌의 변화가 마음과 생각, 정체성, 학습, 문화, 열망 등을 어떻게 바꾸는지 정밀하게 탐구한다. 자극-뇌-마음은 연결돼 있다. 자극, 경험, 행동 등은 뇌에 영향을 주고 뇌의 변형은 마음, 생각, 정체성 등의 변화로 이어진다.
“당신의 뇌는 유전자만의 산물이 아니다. 평생에 걸쳐 쌓이는 경험들을 통해 조각되는 것이기도 하다. 경험은 뇌 활성을 바꾸며, 그 변화는 유전자 발현 양상을 바꾼다. 눈에 보이는 행동 변화는 모두 뇌에 일어난 변화의 반영이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행동은 뇌를 바꿀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어떤 환경에라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적응한다. 뇌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데, 신경과학계에서는 뇌의 회로를 재연결하고 재구성한다는 의미에서 ‘재배선’이라고 표현한다. 현대인의 뇌에 가장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은 페이스북과 스마트폰, 구글 등 디지털 문화다. 현대인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화면 앞의 생활이 현실 생활을 이길 것이라 위협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전의 기술들과 현재의 디지털 기술의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정량적 측면이다. 즉 화면이 책, 영화, 라디오, 심지어 TV까지도 결코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우리의 주의를 적극적이고 배타적으로 많은 시간 독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사람들의 인지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가? 저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정체성과 관계에 미치는 의미, 게임이 주의력과 중독과 공격성에 미치는 의미, 검색엔진이 학습과 기억에 미치는 의미 등을 검토한다.
저자는 페이스북 등 SNS를 ‘정크푸드’에 비유한다. 특히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교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성인의 마음은 환경과 자아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산물”이었으나 SNS에 늘 연결된 상황은 개인의 정체성을 내면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형성하게 한다. 그래서 “남들의 반응에 심하게 의존하므로, 균형이 덜 잡힌 아이의 미성숙한 자아감이 지닌 불안과 취약성을 다시 불러낼 것”이라고 우려한다.
구글은 우리의 기억과 학습, 사고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알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졌다. 손가락질 한 번, 키워드 하나면 무수한 답이 나온다. 뇌를 쓸 일이 사라지고 있다.
“무턱대고 마우스를 눌러 구글에서 먼저 답을 찾으려는 성향과 함께 미묘한 차이나 불확실한 사항을 붙들고 고심하려는 의지가 점점 약해지거나 정보를 평가할 능력이 부족해짐으로써 젊은 세대는 전체를 보기 위해 깊게 살펴보는 일을 내치고 그저 ‘정보’ 시대라는 허울에만 집착하고 있다.”
구글 글라스가 불러올 정보 과잉이나 아이패드 기반의 교실 구축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낙관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이 책은 뇌의 변형이란 시각을 통해 인간의 마음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마인드 체인지] 페이스북·스마트폰·구글…‘디지털 문화’ 뇌와 마음 어떻게 변형시키고 있나
입력 2015-12-17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