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IS 대원 가족들 죽여야”- 젭 부시 “제정신이냐”

입력 2015-12-16 20:01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5일(현지시간) CNN방송 주최로 열린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 마지막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왼쪽)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와 크루즈는 당내 여론조사 1, 2위를 달리고 있다.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 대원의 가족을 죽이고 인터넷을 차단해야 한다”며 또다시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대선 주자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 제5차 공화당 TV토론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테러를 차단하기 위한 해법으로 ‘IS 대원의 가족을 살해하고 IS의 인터넷 사용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들이 우리를 죽이는데, 우리도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며 “테러리스트들이 가족의 생명은 소중히 생각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IS가 대원을 모집하지 못하도록 IS의 인터넷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 발언으로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부른 트럼프가 또 한번 극단적인 주장을 펴자 경쟁 후보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그게 해법이라면 미친 짓”이라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부시 후보는 트럼프에게 “제정신이냐, 리더십은 사람들을 모욕하고 깔보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전략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훈계했다.

이에 트럼프는 부시의 지지율이 3%에 머무는 후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아무도 당신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도 트럼프 비판에 가세했다. 폴 후보는 “트럼프의 주장은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헌법을 바꾸려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CNN 주최로 열린 TV토론은 IS 테러 대처와 미국의 안보가 거의 유일한 이슈였다. 후보들은 ‘IS는 파괴되어야 한다’는 데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IS 격퇴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경쟁 후보들끼리는 상대를 공격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지지율 3위인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같은 쿠바계 상원의원이자 지지율 2위의 테드 크루즈 후보를 공격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루비오는 크루즈가 미 국가안보국(NSA)의 통화기록 수집을 금지하는 법안에 찬성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국가안보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크루즈는 “루비오가 이민개혁법안에 찬성했다”며 “국경을 지키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 불법 입국자들을 보호하는 데 더 열을 올리고 있다”고 응수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주목을 끌려 했지만 토론 결과는 ‘중간’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반면 부시 전 주지사와 루비오 상원의원이 승자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최근 돌풍을 일으켰던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과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은 저조한 토론 실력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