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시리아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권을 즉각 축출해야 한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과 상반된 것이다.
시리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이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ABC방송은 케리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우방들은 알려진 것과 같이 시리아에서 소위 ‘정권교체’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은 알아사드보다 시리아 국민이 그들의 지도자를 스스로 뽑을 정치적 프로세스를 어떻게 할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케리 장관은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알아사드가 미래에도 지도자로 남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BC방송은 케리 장관의 발언이 알아사드 축출과 관련해 미국의 태도가 한결 부드러워졌고 러시아의 주장에 상당 부분 동조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dpa통신도 미국이 러시아 쪽으로 한발 더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알아사드를 축출하기보다 알아사드도 출마하는 새 선거를 통해 시리아의 운명을 결정하자는 입장이었다.
러시아와 미국은 18일 미국 뉴욕에서 ‘국제적 시리아 지원그룹(ISSG) 회담’도 개최키로 합의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1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루어진 합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형태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해 18일 ISSG 회담을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빈에서 열린 국제회담에서 참가국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등 당사자 간 협상을 시작해 6개월 이내에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이후 유엔 감시 하에 선거를 치른다는 내용의 일정에 합의한 바 있다.
케리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3시간30분간 회동했으며, 앞서 라브로프 장관과도 3시간여 대화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긴장관계를 청산하고 비로소 ‘협력’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케리 “알아사드 축출 목표 아냐”… 한발 양보한 미국 시리아 해법 찾나
입력 2015-12-16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