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을 운전과 주차, 보험처리, 선반 설치 등 개인적인 일에 수시로 동원한 사실(국민일보 12월 16일자 11면 참조)에 대해 해당 경찰간부 A경정은 “상사 대 부하 관계가 아니라 같은 동료로서 부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15일 오후 통화한 그는 모든 직원이 자발적으로 응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과연 직원들은 ‘동료의 부탁’으로 생각했을까. 동료 관계라면 A경정이 할 수 있는 부탁을 부하직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상 가는 길에 운전을 해달라거나 대신 주차해달라는 부탁을 직원이 직속상관인 A경정에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행여 그런 부탁을 받는다면 A경정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A경정이 어떤 일을 해달라고 할 때 부하직원들이 나서는 건 상관이기 때문이지 동료로 생각해서라고 상상하긴 어렵다. 직원은 인사권을 가진 상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A경정은 “직원들이 ‘저 싫습니다. 바쁘신데 자꾸 이런 거 시키시면’ 이렇게 말하면 ‘미안하다’ 하고 당장 중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 부하직원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상사는 더욱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 자신이 편하다고 부하직원도 그렇게 느끼리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하지만 이번 일이 벌어진 중앙경찰학교 간부 중에는 “직원끼리 호의로 좀 도울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 총경급 간부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도왔고 외출이나 조퇴를 썼다면 일과시간이라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불감증과 기강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업무시간에 수시로 밖으로 나가 개인 용무를 처리하고, 심지어 그 일을 돕게 하려고 부하직원까지 데려갔다는 게 경찰학교에선 아무렇지 않은 일이란 말인가. 더한 건 경찰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수면 위로 뜨지 않았을 뿐 A경정 같은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강창욱 사회부 기자 kcw@kmib.co.kr
[현장기자-강창욱] 갑질 상관의 착각
입력 2015-12-16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