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내린 ‘하늘양식’ 구원의 빛으로 소망 키웁니다”

입력 2015-12-16 21:07
재소자들이 ‘하늘양식’을 읽고 기독교대한감리회 출판국에 보낸 편지들. 이 편지에는 하늘양식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새 삶을 계획하게 됐다는 내용이 곳곳에 담겨 있다. 기감 제공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출판국에는 연중 내내 특별한 사연이 담긴 편지들이 답지한다. 기감 출판국이 매년 발간하는 가정예배서 '하늘양식'(사진)으로 예배를 드린 재소자들의 편지다. 하늘양식은 가정예배를 목적으로 발간되지만 재소자에게도 신앙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16일 기감 출판국이 공개한 편지들에는 하늘양식으로 예배를 드리며 회개한 재소자들 사연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하늘양식을 읽는 이들의 회개 눈물=하늘양식에는 독자들이 개별적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활용할 수 있는 설교문과 요절, 찬송가 페이지 등이 날짜별로 담겨 있다(국민일보 11월 18일자 32면 참조). 누군가가 투병 중이거나 작고했을 때 참고하는 ‘특별 설교문’도 있다. 많은 재소자는 감방에서 동료와 삼삼오오 앉아 책자에 적힌 내용을 따라가며 주님의 뜻을 되새긴다.

기감 출판국에 1년간 답지하는 재소자 편지는 약 200통에 달한다. 하늘양식을 통해 큰 위로와 격려를 얻었다는 내용이다. 배임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A씨는 지난 6월 하늘양식을 우연히 읽게 됐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소설책이나 무협지로 일관하던 저에게 하늘양식은 제 마음에 빛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 책을 갖게 된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혼자만의 예배를 드릴 수가 있어서 좋았고 책 속에 있는 내용을 보면서 그동안 얼어붙어 있던 제 마음에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B씨는 자신을 “회개 한 번 한 적 없는 죄인 중의 죄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마약으로 복역하고 있으며 희망 없이 살아왔다”고 쓴 뒤 주님을 만난 사연을 전했다.

“한 지인이 전해준 하늘양식이라는 책 한 권으로 인해 제 인생 자체가 변화하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기도조차 서툰 초보 예비신자에 불과하지만 하늘양식을 펴는 순간만큼은 기쁨이 충만하니 저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희열을 느낍니다.”

‘재소자 독자’ 중에는 하늘양식이 교도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상세히 기술한 이들도 있었다. 내년 4월 18일이 출소일이라고 밝힌 C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재소자들은) 믿음이 약해서 깨어지기 쉬운 신앙인들인데 서로 농담을 한마디 (해도) 상처를 받는다”면서 “재소자들끼리 다툼이 있을 땐 하늘양식으로 싸움을 말리곤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곳에서 나가는 날까지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2016년에도 하늘양식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더 많은 하늘양식이 교도소에 전달됐으면”=기감이 하늘양식을 발간한 건 1979년부터다. 하늘양식은 30년 넘는 세월을 거치며 교파를 초월한 가정예배서로 자리매김했다.

기감 출판국은 2009년부터 감리회 교정선교회와 공동으로 교도소에 하늘양식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문서선교와 교정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매년 전국 교도소에 전달하는 하늘양식은 5000부에 달한다. 책자 배포에 들어가는 비용은 기감 남선교회 여선교회 청장년선교회 교회학교전국연합회 등이 후원한다. 하늘양식에 들어가는 설교문은 기감 목회자 170여명이 집필하고 있다.

재소자들의 편지 중에는 하늘양식을 더 많이 보내달라는 내용도 적지 않다. “하늘양식을 읽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는 D씨는 “다른 방에 있는 어느 한 사람과 함께 열독하여 거듭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 두 권의 책을 보내주시면 감사히 읽겠다”고 적었다.

기감 출판국 관계자는 “매년 5000부를 전국 교도소에 전달하지만 많은 양이 아니다. 감방마다 한 권씩만 배포되는 수준”이라며 “하늘양식이 한국교회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재소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