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美 제로금리 시대… “韓, 급격 자금이탈 없을듯”

입력 2015-12-16 20:45

미국의 ‘제로(0) 금리’ 시대가 사실상 7년 만에 종언을 고하게 됐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16일(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은행 간 자금 거래에 적용하는 단기 금리인 연방기금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했다. 연방기금금리는 자금 차입 비용을 가장 잘 반영해 기준금리로 통한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과 그간의 연준 의사록을 감안할 때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연준이 16일 기준금리를 올리면 2008년 12월 이후 유지된 ‘제로금리’가 7년 만에 끝나며, 2006년 6월 이후 9년6개월 만의 첫 기준금리 인상이 된다.

연준 통화정책의 두 기준은 물가와 고용이다. 물가의 경우 연준이 의존하는 대표 지표인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지난 10월 1.3%에 머물며 목표치인 2%를 훨씬 밑돈다. 하지만 고용의 경우 실업률이 5년 새 절반 수준인 5%로 떨어지는 등 완전고용 상태로 들어섰다고 연준의 인상파는 판단하고 있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노동시장은 선례를 볼 때 임금 인상을 초래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인 만큼 ‘선제적 대응’을 이제는 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기상조론’을 주장하는 반대파들은 실업률이 5%로 최저에 이르렀다지만 그것은 지표일 뿐이며 파트타임 노동자와 구직 포기자가 크게 증가하는 등 실제 고용 상황의 질이 좋지 않은 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인플레 압력을 수차례 과대평가한 것, 경기가 둔화하는 중국 변수 등을 거론해 왔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5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성장 전망과 물가가 2% 목표치에 도달할 전망, 그리고 금융시장의 여건에 대한 전망이 모두 불확실하다”며 현재 기준금리를 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자칫 미국경제에서 “좋은 뉴스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CNBC는 경제학자, 투자전략가, 투자신탁업자 등 42명을 대상으로 미국 금리 인상의 결과를 물은 결과 38%가 “미국경제에 좋지 않은 결과를 남길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인상 자체보다 인상 이후에 연준이 어떤 통화정책을 펼지, 어떤 경제전망을 할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옐런 의장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말할지, 혹은 앞으로의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한 새로운 발언을 할지도 관심사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등 신흥국들이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연준이 금리를 올려도 한국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급격히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최근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가 과거 비슷한 시기에 비해 작은 데다 국내 증시에서 투자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자본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병우 선임기자, 천지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