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구 획정 불발 사태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현행 지역구 의석수 246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과 ‘쟁점법안 연내 처리’ 부분은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여야 협상을 종용하겠다고 언급했다.
정 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입법비상사태가 발생되거나 그 직전이 되면 의장이 결단할 수밖에 없다”며 “여야가 같이 동의할 수 있는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점을 ‘연말연시’로 지목하며 “12월 31일 자정을 기점으로 하루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라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가능한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제가 내린 결론은 여야가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합의에 준하는 내용이 아니면 (획정안을) 낼 수 없다고 본다”며 새로운 형태의 중재안을 제시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어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은 지난 13년간 이어져온,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라며 “결론은 그것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지난달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협상 결렬 후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행 선거구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의장은 다만 “현행과 같은 숫자로 가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상당히 발생할 수 있다”며 “시대 상황을 봤을 때 시·군·구 벽을 허물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부분에 대해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게리맨더링(자당에 유리한 자의적 선거구 획정)을 막기 위한 현행 ‘자치 시·군·구 분할금지 원칙’의 완화 혹은 폐지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인구 편차를 2대 1로 조정하는 상황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246석으로 유지할 경우 농어촌 지역구가 기형적으로 커지는 사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정 의장은 연말까지 아직 보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일단 마지막까지 여야 합의를 종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전날 여야 대표·원내대표 협상 상황을 설명하며 “소위 말하는 균형의석을 통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도입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양쪽을 중재하면서 느낀 건데 더 이상 그 부분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의당 등 군소 정당이 보다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 원칙을 고수해 왔다. 더구나 내년 무소속 천정배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의 신당 창당으로 군소 정당 난립 가능성이 높아져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대신 “야당이 제시한 것 중에 선거권자 연령을 18세로 하향하되 고등학생을 제외하는 제안이 있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18세 선거연령을 이번 선거부터 감안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개인 생각도 있다. 여당이 심사숙고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야당이 쟁점법안을 일괄 처리하도록 연말까지 합의를 해주면 18세 연령도 여당에서 심도 있게 검토해볼 수 있겠다는 수준까지 갔기 때문에 타협점을 이뤄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여야 모두에 이 같은 내용을 제안한 뒤 “어느 정도 시점이 되면 여야 대표·원내대표를 불러 마지막 중재 노력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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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6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