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혼돈의 야권] 묻지마식 ‘야권 연대’ 벗어나 지지도·인물·정책 무장 시급

입력 2015-12-16 21:13
새정치민주연합이 총·대선 등 주요 선거만 되면 거의 반사적으로 꺼내드는 카드가 야권 연대다. “분열은 필패”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반(反)새누리당’ 연합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공학은 적어도 최근 선거에서는 오히려 ‘필패 카드’다. 전문가들은 16일 선거 직전 연대라는 응급처방이 아니라 중도층 공략과 대안 제시 등 혹독한 자기반성의 길을 거칠 때에야 야당이 집권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야당이 정당 지지도(Party preference), 인물(People), 정책(Policy) 등 3P를 갖춰야 집권 가능성이 열린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선 탈이념화, 중원전략, 중도층 흡수를 통해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정당 지지율을 새누리당과 대등하게 끌어올리면 선거 단일화가 필요 없고, 군소 정당들도 당내로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 발표한 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42%, 새정치연합은 22%다. 정당의 ‘기초체력’이라 할 지지율에서 새누리당과 격차가 크다 보니 선거 때만 되면 군소 정당과의 단일화 유혹에 빠진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내세워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 이어 선거 직전 옛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정의당(당시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사퇴했다. 야권표를 모조리 합쳤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108만여표 차이로 졌다. 앞서 같은 해 총선에서도 통합진보당과 연대했지만 패배했다. 오히려 이념과 정책이 상반된 정당과 ‘묻지마 연대’에 나선다는 비판만 돌아왔다.

결국 중도층 포섭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처방이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미국 등을 보면 집권할 때에는 중도론을 내세웠다. 이념보다는 실용성을 강화하고 현재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보여줬다”며 “새정치연합은 좌클릭론과 중도론이 부딪히면서 내부적 통일성이 없으니 국민은 저 정당이 뭐하는 정당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 경쟁력도 필요하다. 대안을 제시하고 관철시키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경제 살리기, 청년실업, 안보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노선과 정책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존과 화합의 지도체제도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계파 대결 구도에서는 아무리 참신한 인물이 들어와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배종찬 본부장은 “계파 구도가 아닌 통합적인 지도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영국 노동당은 대권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당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은 고든 브라운이 맡는 역할 분담으로 집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운동권 순혈주의 대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들이 들어와 예비 내각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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