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시위대 행진 중 일시적으로라도 교통 불편을 초래하면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45·여)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최씨는 2012년 6월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 1000여명은 신고 없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 보조도로를 점거한 채 52분간 행진했다. 최씨는 같은 해 10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회에도 참가해 서울 광화문에서 안국동까지 왕복 8차로 중 2∼4개 차로를 점거한 채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행진했다.
항소심은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여의도 행진의 경우 보조도로를 통행하던 차량은 바로 옆 여의대로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심각한 교통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봤다. 광화문 집회도 경찰이 반대방향 차로를 분할해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한 터여서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버스와 우회전 차량 등 보조도로를 이용해야 할 차량의 통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됐고, 광화문 집회에서도 통행은 이뤄졌지만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는 게 이유였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이모씨에 대해서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이후 집회·시위 참가자의 행진에 엄격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4분간 차도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에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했다.
이를 두고 집회·시위의 자유에 너무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해당 조항에 합헌을 선고하면서도 “집회 자유의 행사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되고 회피하기 어려운 교통방해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집회 과정에서 교통 불편을 야기할 수 있지만 일정 한도까지는 수인해야 한다는 게 헌법 정신”이라며 “대법원이 집회의 자유를 너무 좁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大法, 집회마다 교통방해 ‘유죄’ 판결… 일시적 교통불편도 법 적용
입력 2015-12-16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