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성장 고착화 탈피할 큰 그림 없는 경제정책방향

입력 2015-12-16 17:42
정부가 16일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해 발표했다. 경제 살리기와 구조개혁 구체화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유지, 내수·수출 회복 총력, 4대 부문 개혁 완성 목표 등 구체적인 정책 대부분이 올해와 비슷하다. 방점이 2015년엔 구조개혁에 찍혀 있었다면 2016년에는 규제개혁으로 옮겨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3년차를 맞는 내년의 키워드는 과감한 규제 완화다. 핵심으로 내세운 건 ‘규제 프리존(Free zone)’ 정책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광역 시·도별로 선정된 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해 덩어리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주고 재정·세제·금융·인력 등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단위 규제개혁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 단위로 입지·업종 등의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취지다. 신성장산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의도는 좋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가 이미 도입한 각종 특구 등과 중복되는 분야가 많아 비효율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나눠먹기로 변질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결국 재계가 요구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접경지역 중 낙후지역은 수도권 범위에서 제외해 경기 동북부에 대한 기업 투자여건 개선을 추진키로 한 것은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다. 비수도권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에 규제 프리존이라는 먹이를 던져준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토 균형발전과 맞물려 수도권 규제 완화는 민감한 문제다. 일부 필요한 부분이 있더라도 반드시 공론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이외에도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나열만 됐을 뿐 눈에 띄는 게 없다. 중요한 건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의 가시적 성과인데 올해의 지지부진한 상황을 타개할 구체적 방안이 미흡하다. 내수·수출 회복 방안이나 청년 일자리 대책 등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가계소득이 정체된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이 이날 당정협의에서 중산·서민층 지원을 위한 추가 대책을 요구했겠는가.

현재 대내외 경제 여건이 심상찮다. 미국 달러화 강세, 중국 성장세 둔화, 저유가 지속 등으로 신흥국 불안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국내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적신호를 보낸 지 오래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데 정부는 말만 앞선다. 저성장 고착화를 탈피할 큰 그림도 없다.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둔 정책 방향으로는 한국경제를 살릴 수 없다. 조만간 국회로 돌아갈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아니라 새 경제사령탑이 와서 기조와 정책을 보완하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