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와 노동 분야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행보를 위한 채찍질에 나섰다. 우선 새로 바뀐 물가안정목표제와 경상성장률 제시는 우려되는 디플레이션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통화당국에 대한 또 다른 압박요인도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한국은행은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하는 물가안정목표를 단일수치인 연 2.0%로 낮춰 잡았다. 문제는 이 같은 물가목표를 이탈할 경우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안정목표에서 ±0.5% 포인트 이상 벗어나면 총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목표 이탈 원인과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국회에 제출하는 보고서에 이유를 언급한 수준이었다. 결국 내년 6월까지 소비자물가가 1.5%까지 도달하지 않으면 이탈 원인을 총재가 설명해야 한다. 물가는 올해 내내 0%대를 지속하다 지난달 처음으로 1.0%로 올랐다. 한은이 전망하는 내년 물가 상승률은 1.7%이지만 최근 유가가 더욱 급락하면서 목표달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16일 이 조치에 대해 “물가안정목표 달성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목표이탈에 대한 설명회가 한은의 책임을 묻는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은 안팎에서 이를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통화정책(금리인하)을 동원하라”는 정부의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정부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함께 경상성장률을 지표에 동시 표기하겠다는 방침은 저물가 기조를 넘어서서 국민 체감 위주의 거시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실질성장률에다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경상성장률은 자칫 성장률 부풀리기 의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가당국으로서도 곤혹스럽다. 허진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통화정책은 물가수준만 가지고 금리를 조정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정부가 경상성장률이 물가 측면 때문에 하락했다고 볼 경우 한은에 금리 인하 등을 압박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을 동시에 표기하는 것은 국민들의 혼선을 야기할 것”이라며 “한은 통화정책에 정부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노동개혁을 역점사업으로 둘 방침이다. 비정규직 기간 연장, 파견 확대 등을 담은 5대 입법을 올해 안에 완료한 뒤 취업규칙 변경·근로계약 해지 기준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근로계약해지 기준은 저성과자·업무부적격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마련하는 것으로 노·정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또 기업이 정리해고나 사업조직 통폐합 등을 했을 때 ‘구조조정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노동위원회 조정 기준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내년 기업 구조조정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사 분쟁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라는 반발이 예상된다. 고세욱 조민영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swkoh@kmib.co.kr
[2016 경제정책방향] 정부, 물가·노동 분야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
입력 2015-12-16 20:13 수정 2015-12-16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