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에쿠우스’가 또 무대에 올랐다. 지난 9월 4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한국 초연 40주년 기념공연을 한 지 한 달 만에 주역 캐스트를 일부 변경해 12월 11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 서울 대학로 대명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한다. 40주년 기념공연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 2009년 호흡을 맞췄던 배우 조재현과 류덕환이 합류한 이번 무대 역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에쿠우스’는 초연 이후 공연될 때마다 적자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극단 실험극장은 1975년 9월 한국에서 이 작품을 처음 선보인 뒤 40년간 17차례 무대에 올렸다. 2년에 한 번꼴이며 매번 평균 두 달 정도 공연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피터 쉐퍼가 쓴 ‘에쿠우스’는 영국 지방도시의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가 친분 있는 판사의 부탁으로 여러 마리 말의 눈을 찔러 수감된 16살 소년 알런 스트랑을 치료하는 과정을 담았다. 다이사트와 알런은 각각 원시와 본능, 문명과 이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간의 근원적 열정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1973년 영국 런던 초연에서 성공을 거둔 뒤 이듬해 미국 뉴욕에서 공연됐는데, 본고장 런던보다 훨씬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당시 뉴욕 브로드웨이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갖고 있던 최장 공연 기록을 깨며 1년6개월 동안 1209회가 펼쳐졌다.
한국 초연도 알런 역의 배우 강태기가 찬사를 받으며 두 달 반 넘게 공연되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외설 시비가 일면서 극장의 건축법 위반 등을 문제 삼아 석 달 가까이 중단되기도 했다. 실험극장이 중앙정보부, 문화관광부, 서울시 관계자 3명을 앞에 놓고 시연을 하고 설득한 끝에 이듬해 재개될 수 있었다. 사실 원작에 알런이 누드로 나오는 장면이 있지만 한국 공연에서는 2001년 한태숙 연출 때 처음으로 시도됐다. 2014년 공연부터 비로소 원작대로 누드를 표현하고 있다.
‘에쿠우스’가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실험극장의 이한승 대표는 “1970년대 암울했던 사회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알런의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대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신과 인간, 성(性)이라는 현대인의 영원한 화두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 주제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공연 때마다 강태기 송승환 조재현 지현준 등 발군의 연기자들이 출연한 것도 관객의 사랑을 많이 받은 이유 같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데뷔 40년 된 ‘에쿠우스’ 왜 국내선 아직 뜨거울까
입력 2015-12-16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