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NGO ‘메이드 인 호프’ 미셸 토렌티노 대표 “매춘가서 자란 나… 사랑이 기적 만들었어요”

입력 2015-12-16 19:03
필리핀 NGO ‘메이드 인 호프’ 미셸 토렌티노 대표가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컴패션 선데이 행사에서 간증하고 있다. 컴패션 제공

“오늘 저의 모습은 사랑이 만들어낸 기적입니다.”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컴패션 선데이’ 행사에서 필리핀 NGO ‘메이드 인 호프(Made in Hope)’의 미셸 토렌티노(35) 대표는 이렇게 하나님의 은혜를 전했다. 컴패션 선데이는 교회와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한국컴패션(대표 서정인 목사)이 연합해 드리는 예배다.

필리핀 마닐라의 매춘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미셸은 계란 한 개로 하루를 버틸 정도로 가난했다. 배고픔에서 허덕이던 그의 삶은 컴패션을 만나고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미셸은 “8세 때부터 15년 동안 미국인 컴패션 후원자는 내게 사진과 편지, 성경구절을 보내줬다”며 “특히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너를 위해 기도할게. 사랑해’라고 쓴 후원자의 편지를 볼 때마다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렸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미셸은 후원자의 도움으로 1999년 필리핀 산토 토마스대학에 입학해 아트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졸업 후 6년간 필리핀 트럼펫츠 회사에서 뮤지컬 마케팅 디렉터로 일했다. 2008년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미국 일리노이주 무디신학대에서 기독교 영성을 공부했다. 이후 귀국해 2011년 컴패션을 통해 양육 받은 친구와 함께 매춘 여성의 자립과 회복을 돕는 메이드 인 호프를 설립했다.

“주님은 고향에 대한 거룩한 부담감을 늘 갖게 하셨습니다. 고향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죠. 요나처럼 처음부터 제가 원한 곳은 아니었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주님이 이끄시는 곳으로 갔습니다. 매춘가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매춘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사역의 기회가 자연스럽게 열렸습니다.”

메이드 인 호프에선 ‘She Works’ 프로그램을 통해 매춘 여성들에게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이들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스스로 사업을 구상하고 수립하는 교육과정을 열고 있다. 2개월간의 과정을 마치면 무이자로 200달러를 빌려줘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또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안전한 보호소에서 양육하는 일도 진행한다. 필리핀에서 일어나는 성매매 현실을 알리기 위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여성들과 성경공부를 하며 복음을 전하는 것도 미셸의 역할이다.

미셸은 “필리핀에는 50만∼80만명에 이르는 여성이 매춘에 가담하고 있지만 이들을 돕는 단체는 10여개밖에 되지 않는다”며 “매춘과 인신매매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을 돕는 우리의 사역을 위해 관심을 갖고 함께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