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900억 쌓아놓고 예산 또 챙긴 기관들

입력 2015-12-16 19:38 수정 2015-12-16 21:12
정부 출연기관들이 2000억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을 쌓아놓고도 예산은 꼬박꼬박 챙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을 덜 뽑아서 남은 인건비로 기존 직원의 임금을 올려주는가 하면, 예산에 잡히지 않은 돈을 직원들에게 무이자로 빌려주는 등 부당 집행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 5∼6월 기획재정부와 정부 출연·출자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 이런 내용을 담은 ‘출연·출자금 예산편성 및 관리실태’ 보고서를 16일 공개했다. 올해 정부가 출연·출자한 예산은 37조3000억원으로 정부 총지출(375조4000억원)의 9.9%를 차지했다. 예산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지만 법적·행정적 감시는 그동안 미흡했다. 이번 감사를 통해 최대 4500억원 규모의 재정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감사원은 내다봤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22개 정부 출연기관들은 기관운영과 사업추진 명목으로 적립금·유보금 등 여윳돈 1898억원을 장기간 쌓아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정부 출연금 예산 편성 때 이런 여유자금을 반영하지 않았다.

일례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1985년부터 2001년까지 적립금 651억원을 조성해 지금까지도 보유하고 있었다. 적립금은 운영·사업자금에 충당토록 규정돼 있지만 매년 29억∼54억에 달하는 이자 수입만 예산에 전입했을 뿐 원금은 14년째 집행하지 않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대구로 이전하면서 수도권의 청사 3곳을 팔아 270억여원의 매각 차익을 얻고도 자체 세입에 반영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관계부처의 동의 없이 임시사택 확보와 사업자금 등의 명목으로 전액을 임의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상 인원보다 실제 직원이 적어 남은 인건비를 쌓아두고 이 중 일부를 기존 직원의 임금 인상이나 퇴직금 등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72개 출연기관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67%에 해당하는 48개 기관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건비 1844억여원을 남겼다. 특히 한국원자력의학원의 경우 지난해 감사에서 21억여원을 인건비 인상에 사용해 지적을 받았으나 올해 감사에서도 14억여원을 부당 집행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4개 기관은 예산으로 잡히지 않은 일시 자금 47억여원을 직원 자녀의 대학 학자금 명목으로 무이자로 빌려줬다. 일시 자금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예산변경 승인 없이는 임직원 복리후생에 쓰일 수 없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