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라며 손가락질 받던 시절이 있었다. 스탠드마이크에 키도 닿지 않던 6살에 노래를 시작했다. 찬사도 받았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그래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고 기부에도 힘썼다. 받은 사랑을 그렇게 나누면 ‘광대’에게 보내는 따가운 시선이 거둬질지 모른다는 16살 소녀의 생각은 시간이 흐르며 사명감이 됐다. 가수 하춘화(60) 이야기다.
내년에 데뷔 55주년을 맞는 하춘화가 다음달 15∼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자선공연을 연다. 하춘화는 공연을 한 달 앞둔 1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노래 인생을 돌아보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춘화는 매년 자선공연을 열고 수익금을 기부한다. 이번 공연 수익금도 저소득층, 장애인,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2500가구를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 하춘화는 다소 쑥스러워하면서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데뷔할 때 대중음악인은 광대나 딴따라라고 불렀어요. 저를 가수로 키워주신 분이 아버지였죠. 제가 유명해지니까 아버지께서 ‘네가 사랑을 받았으니 이웃에게 되돌리는 사람이 돼라. 그래서 따가운 인식도 바꾸고 동료나 후배들이 따라할 수 있게 하라’고 말씀하셨죠. 처음엔 그저 부모님 말씀 잘 들은 거였는데, 지금은 그게 제가 해야 하는 일로 다가옵니다.”
40여년 기부한 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하춘화는 “100평짜리 집 한 채가 300만∼400만원 할 때부터 했으니 지금 다시 계산하면 그 가치가 몇 백 억원은 될 것”이라며 “정확히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200억원 정도 기부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우리 나이로 예순이 넘었지만 공연에 쏟아붓는 에너지는 상당하다. 하춘화는 “공연을 준비할 때마다 몸무게가 3∼5㎏은 빠진다. 대중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니 매번 더 좋은 공연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1961년 ‘효녀 심청 되오리다’로 가요계에 데뷔한 하춘화는 지금까지 2500여곡을 불렀다.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55년을 돌아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춘화는 “제가 음악을 할 때는 대중음악을 많이들 천시했다. 그때가 생각나서 눈물이 나는 것 같다”며 “K팝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것, 후배들이 그런 환경에서 노래하는 게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
한국 대중음악사(史)의 산 증인인 하춘화는 대중문화예술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그는 “해외에는 줄리아드 음대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학교들이 있는데 한국에는 아직 없어 아쉽다. 대중문화예술학교를 세우는 게 마지막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하춘화는 이번 공연에서 ‘날 버린 남자’ ‘무죄’ 등 대표곡과 팝송, 요즘 10·20대가 좋아하는 가요도 함께 부를 예정이다. 무대에서 오페라를 선보이기 위해 성악을 배우기도 했다. 악단 50명, 무용단 50명, 합창단 30명 등이 한 무대에 선다. 방송인 송해 이상벽, 가수 태진아 김흥국 박상철도 우정출연한다. 송해는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며 하춘화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고 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받은 사랑 돌려주라’는 말씀 숙명이죠”… 데뷔 55주년 맞아 내달 자선공연 여는 ‘하춘화’
입력 2015-12-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