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골키퍼들의 대이동으로 요동칠 전망이다. 그라운드의 최후방 사령관인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다. 주전 골키퍼가 떠날 경우 믿을 만한 서브 골키퍼가 없는 팀은 외부에서 영입할 수밖에 없다. 올 겨울은 정상급 골키퍼들의 해외 진출과 재계약 실패 등으로 연쇄이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가대표 골키퍼 ‘듀오’ 정성룡(30·수원 삼성)과 김승규(25·울산 현대)는 일본 J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수원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정성룡은 가와사키 프론탈레로의 이적이 거의 확정된 상황이다. 김승규는 빗셀 고베와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16일 “국내 구단들이 재정을 감축함에 따라 정성룡, 김승규 같은 국가대표 골키퍼를 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올 겨울 어느 때보다 많은 골키퍼의 이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J리그의 수비가 K리그보다 느슨하기 때문에 국가대표급 공격수가 J리그로 이적한다면 기량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골키퍼인 정성룡과 김승규가 J리그에서 활약한다고 해서 기량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원은 정성룡의 공백을 노동건(24·수원)으로 메운다는 방침이다. 또 최근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된 챌린지(2부 리그) 대구 FC의 조현우(24)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울산은 김승규를 대체할 선수를 찾아야 한다. 울산이 부산 아이파크의 이창근(22)을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챌린지로 강등된 부산으로선 두 선수 모두 데리고 있기 어려워 한 명을 내보낼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이창근의 이적에 무게가 실린다.
베테랑들의 거취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꽁지머리’ 김병지(45)는 전남 드래곤즈와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김병지는 “어떤 팀이든 나를 원하는 곳이 있으면 연봉과 상관없이 이적할 용의가 있다”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992년 K리그에 데뷔한 김병지는 올해까지 24시즌을 뛰면서 706경기에 출전해 K리그 최초로 ‘700경기 고지’를 넘었다. 김병지는 경험이 많은 자신을 원하는 팀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챌린지 팀이 김병지에게 러브콜을 보낼 수도 있다.
FC 서울은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유현(31)을 데려와 유상훈(26)과 투 트랙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올해 유상훈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긴 김용대(36)는 서울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한 해설위원은 “골키퍼는 그라운드에서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이므로 정상급 골키퍼들이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유출되는 것은 큰 손실”이라며 “현대축구에서 골키퍼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골키퍼의 연쇄이동은 내년 시즌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K리그 클래식의 주전 골키퍼들이 대거 이탈하면 그동안 그늘에 가려 있던 클래식의 비주전 골키퍼들과 챌린지 소속 골키퍼들이 스타 ‘거미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K리그 문지기들의 대이동
입력 2015-12-17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