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야권의 분열에 대해 “더 큰 것을 먹고 살기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하드트레이닝을 통해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규정했다.
홍 의원은 친박 핵심으로 새누리당 조직과 자금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원집정부제 하에서의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 구상을 처음으로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홍 의원은 14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야당에는 지금 완전히 그립을 쥐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싸우고 분열한다. 그러다가도 중요한 때에 딱 시멘트가 된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 의원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모두 자기를 선호하는 당의 대권 후보가 된 뒤 통합 전당대회에서 한판 붙을 것”이라며 “그게 여당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의원은 “내년 총선이 지나면 친박이라는 것도 별 의미가 없어진다”며 “후계 구도가 엄청 복잡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발언 하나하나에 정치평론가를 능가하는 날카로운 분석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리고 발언 곳곳에 ‘꿈’도 숨어 있었다.
-결선투표제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과반이 넘어가면 결선투표라는 게 의미가 없다. 그러나 과반을 넘는 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경상도 지역은 몇 사람씩 몰려 원샷에 과반을 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결선투표가 큰 의미가 있다.”
-전략공천이 소신이라고 했는데.
“전략공천이 없다면 여성이나 청년, 사회적 소수자 등 신인들이 우리 당에 들어올 수 있겠는가. 사람을 데려다 놓고 ‘네가 죽든지 살든지 알아서 해라’ 하면 안 된다. 당 전체를 놓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어젠다를 세팅한 뒤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그리고 키워줘야 한다. 그래서 전략공천이 필요하다.”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 험지 출마론에 대해선.
“당선되지도 않는데 안철수 의원한테 가서 붙으라고 하고 되지도 않을 광주에 가라고 하면 누가 가겠는가. 결국 정치를 접으라는 의미와 마찬가지다. 어차피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고 결정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당에서 일률적으로 ‘장관 지냈으니 험지로 가라’든지 ‘3∼4선 지냈으니, 당 대표니까 험지로 가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으로 복귀한다. 친박 분화 얘기도 나온다.
“최 부총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보좌했고 친박에서 나름대로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당으로 돌아와서 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정치 현장을 1주일만 떠나 있어도 밖에서 상상하는 것하고 다를 때가 많다.”
-친박 논란이 기존 TK지역 물갈이론과 합쳐져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이다.
“대구와 경북 같은 곳은 오히려 전략공천 없이 물갈이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박 대통령의 영향이 직접 미치는 곳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과 연관이 있는 사람 한 사람만 나오면 괜찮은데 서로 보냈다고 하면 그게 난감하다. 객관적으로 청와대에 있었다고 하면 여론조사를 거쳐도 쉽게 통과될 수 있다. 천하의 유승민 의원이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란 사람과 붙는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선 똑같이 나온다. ‘저 이재만이다. 친박이다’라고 하면 전략공천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전략공천이라는 것이 무식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TK에만 물갈이론이 국한될까.
“부산·경남(PK)까지는 어느 정도 될는지 모르겠다. 새누리당이 센 지역일수록 가능한 거지.”
-야당은 결국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을 들고나올 텐데 이에 맞설 전략은.
“야당 사람들은 지금 현재 야당 가지고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헤쳐모여’ 하자고 하는 것이다. 호남 야당,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경상도 야당도 가능하다. 또 경상도까지 영향력을 뻗칠 수 있는 수도권 중심 야당까지도 가능해 보인다. 지금 물리적으로 화합하는 게 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맞서 원래 여당은 기존 질서에 안주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 상황이 우리 당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총선 치르고 나면 친박의 외연은 지금보다 넓어질 것으로 보나. 내년 4월 이후 당 상황은 어떻게 될까.
“총선 뒤에는 친박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차라리 김무성 대표와 친하다고 하는 게 낫지. 그런 식으로 따지면. 결국 친박이란 사람들은 다 자기 주먹으로 사는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총선이 아니다. 대선이다. 멀리 내다보고 작전 짜는 사람이 우리 당에 없다. 대권 쟁취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국민일보 창간 27주년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1위로 나왔다.
“내가 얘기하면 커진다. 그냥 대학동창이라고만 써 달라. 하버드대 동창으로 같이 수업을 들었다. 영어는 박진 전 의원이 제일 잘했고 반 총장 발음은 일제 강점기 때 발음이었다. 외교관 생활하면서 무지하게 좋아졌다.”
-최근 반 총장을 따로 만나본 적은 있나.
“최근에는 없다. 반 총장이 국내에 오면 하버드 케네디스쿨 다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만난다. 요즘은 반 총장이 나를 피하는 것 같다. 이제는 반 총장이 오면 내가 피해야 할 판이다.”
-친박 내부에서도 차기 대권에 도전할 사람이 있나.
“대권에 도전해서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나이를 먹고 선수가 좀 지나고 하면 용퇴론에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대권 나간다고 할 수밖에 더 있겠느냐. 방법이 없다. 어떤 사람은 공허한 외침으로 돌아오고, 자기 정치적 스케줄에 의해 하는 사람도 있고 말마따나 승부수를 던지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어쨌든 여러 가지로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김영석 정치부장 yskim@kmib.co.kr
[데스크 직격 인터뷰-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야권은 지금 분열 통해 대선 하드트레이닝 중”
입력 2015-12-17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