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3기를 투병 중인 김준화 씨는 병원 가는 날 외에는 외출을 하지 않는다. 암환자란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다. 심지어 김 씨는 어렵게 응한 인터뷰에서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버리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위험하다. 암 진단 후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할수록 충격과 인생의 허무함을 금방 털어버리는 것이 어렵다. 또 오랜 시간 지속되는 우울한 감정은 환자 개인의 심리적 문제를 넘어 치료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적절한 중재가 필요하다.
한 대형병원 두경부외과에서는 암 수술 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두경부암의 특성상 치료과정에서 외모와 목소리의 변화가 크다. 종양이 입술과 입 안쪽에 자리한 경우 해당 부위를 절제함으로써 얼굴 변형이 오고, 목소리를 관장하는 후두를 넓게 절제한 경우 수술 후 쉰 목소리를 가질 확률이 높다. 해당 진료 과 교수는 “암 수술 후 외모가 달라지고 목소리가 변한 암환자는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보다 이 얼굴과 목소리로 평생을 살아야한다는 걱정으로 한탄스런 감정에 빠진다”며 “신체적 회복만큼이나 마음의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신과에 의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암 전문의가 자신의 암환자를 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의뢰하는 것은 아니다. 진료실에서 무기력한 환자라 할지라도 이 증상이 피로에서 기인한 감정의 저하인지, 실제 우울증의 증상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병원은 그 크기만큼이나 내부가 복잡하다. 복잡하다는 건 그만큼 암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많음을 뜻한다. 다수의 병원에서 암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상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암환자와 보호자는 병원서 실시하고 있는 상담교육을 파악해 필요한 때 스스로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심리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암환자는 “암 치료 시작 후 항상 우울했다. 웃는 일이 잘 없었고 밤엔 잠도 잘 자지 못했다. 가족의 권유로 심리상담을 받고 짜증도 줄고 홀가분해졌다”고 말했다.
정신적 증상을 무시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진단 초기 적극적이던 암 치료의지도 금방 바닥을 보인다. 최근에는 암환자를 전담으로 하는 심리치료사가 병원에 근무하며 마음이 약해진 암환자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심리치료를 받은 암환자 오순희 씨는 “병원 로비에 붙은 포스트를 보고 상담을 받으러 갔다”며 “통증을 느낄 때마다 항암치료의 불확실성에 불안하고 잠을 잘 이루지 못했는데 상담 받으면서 한결 잠드는 것이 쉬워졌다”고 고백했다.
많은 암환자는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 주치의 얼굴을 잠깐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너무도 짧은 대면의 시간은 완치에 대한 확신을 얻기에는 부족하다. 암 진단 후 치료에 매진하는 암환자의 상당수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듯 보여도 불확실성으로 불안해한다. 그러다 통증이 심하면 불안함은 두려움으로 바뀐다. 알 수 없는 우울한 감정으로 캄캄한 감정의 숲에서 홀로 헤매기보다 전문가를 만나 마음의 힘을 길러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의 암환자 마음읽기] 캄캄하다 느낄땐 바로 구원의 손길 붙드세요
입력 2015-12-20 18:10